이란 '히잡 의문사' 부검결과 발표 "사인은 구타 아닌 기저질환"
이란 당국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망 원인은 구타가 아닌 뇌 관련 기저질환이라고 발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과학수사기구는 이날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은 머리와 주요 장기 및 팔다리에 대한 구타로 인한 것이 아니다”며 “그녀가 8세 때 뇌종양 수술을 받은 것과 관련된 기저질환이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저질환으로 심박수가 저하되고 혈액이 감소해 의식을 잃었으며 저산소증으로 뇌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 출신인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수도 테헤란에 방문했다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경찰 조사 중 의식불명에 빠져 같은 달 16일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전국적 시위로 커졌다.
아미니의 가족은 이번 발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예외 없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한다. 이슬람권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외출 시 여성이 무조건 히잡을 쓰는 곳은 이란이 유일하다.
한편 이번 사건이 촉발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진 가운데, 지난달 20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다 실종된 니카 샤카라미(16)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권 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번 시위로 목숨을 잃은 시민이 최소 133명에 달하며, 체포된 이는 2000명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 진압을 위해 인터넷을 차단했지만, 젊은이들은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한 우회 접속으로 시위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스위스ㆍ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국제사회도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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