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당일 '성추행' 검색..16년전 사라진 윤희씨 미스터리

“내 딸이 살아 돌아오기만 하면 ‘그 사람들’한테 책임을 묻지는 않겠어요. 내가 지금 85살인데, 죽기 전에 딸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요.”
2006년 6월 6일. 전북대 수의대학 4학년이었던 이윤희(당시 29세) 씨가 사라진 지 어느덧 16년. 1남 3녀 중 막내딸이었던 윤희씨가 돌아오길 16년째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 이동세(85) 씨는 최근 MBC 유튜브 ‘엠빅뉴스’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다.
윤희씨는 2006년 6월 5일 늦은 오후 열렸던 학교 종강 모임 이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원래 이화여대에서 통계학과 미술을 복수전공하다 동물을 좋아해 수의사의 꿈을 안고 전북대 수의대에 편입, 졸업을 단 1학기 남겨둔 시점이었다.
윤희씨는 실종 당일 새벽에 자취방 컴퓨터에서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고 네이버 지식iN에서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당시 윤희씨가 소매치기에게 휴대전화를 도난당한 상태였던 데다, 실종 뒤 어지럽혀졌던 방이 깨끗이 정리된 탓에 그를 찾는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리고 윤희씨는16년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이씨는 아직도 용의자로 수의대 동기생 김모 씨를 의심하고 있다. 종강모임에서 윤희씨가 김씨에게 “왜 화장실을 따라왔냐”고 말한 점, 김씨가 실종 당일 윤희씨가 자취방으로 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라는 점, 동물 수술에 쓰이지만 외부 반출이 엄격히 통제되는 마취제인 케타민을 윤희씨에게 구해다 준 점, 실종 이후 동기들과 윤희씨 자취방을 청소한 사람이라는 점 등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김씨 수첩에 윤희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듯 적어놓은 내용이 적혀 있고, 이 수첩에 윤희씨 머리카락까지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아버지 이씨의 의심은 강해졌다.
이씨는 “김00를 빼놓고는 이 사건을 취급해봐야 헛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 담당 경찰이었던 김도봉 씨도 “좀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다. 그 당시의 분위기나 학생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김00 혼자서 많이 좋아했던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래서 경찰이 김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그리고 김씨 가족들까지 광범위하게 조사를 벌였지만,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 탐지기 결과도 모두 진실이었다. 이후 수사는 몇 년 간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실종 3년여 후인 2009년, 부녀자 26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30대 김모 씨가 검거되면서 경찰이 이 사람을 윤희씨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다. 윤희씨 실종 시점부터 몇 개월간 갑자기 범죄 행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가 전환점을 맞나 싶었지만, 김씨가 교도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살아있다면 동물병원 크게 했을 딸…어디 있든지 살아만 있어 다오”
아버지 이씨는 85세 고령에도 강원도 철원 산속에서 기운이 빠질 만큼 농사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라진 딸 생각이 자꾸만 나 몸이 상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한 가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아마 죽었을 거야 벌써‥”라고 말했다.
윤희씨는 실종 일주일 전, 아버지 이씨 생일잔치 때 마지막으로 가족과 만났다. 이씨는 “만약에 살아있다면 아마 서울에서 아주 큼직하게 동물병원 하면서 애완동물 분양했을 거다. 그럼 내가 코치 받아서 여기서 키우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윤희씨가 살아있다면 현재 40대 중반의 나이다.
이씨의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은 사라진 딸이 아무 일 없었던 듯 건강하게 나타나 주는 것이다.
“윤희가 어디에서 살아만 있었으면 되겠어요. 그 관련된 자들은 내 딸이 죽지 않고 살아서 건강한 몸으로 가족들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내가 그 사람들한테 무슨 책임을 묻게 한다든지 내가 그런 짓은 안 하겠어요. 내가 지금 85살이고 집사람이 82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죽기 전에 딸이 살아있다는 걸 좀 확인하고 죽고 싶어요.”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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