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법의학 당국 "아미니 사인은 구타 아닌 질환" 발표

"강타나 구타에 의한 것 아니다" 주장
아미니 8세 때 받은 뇌종양 수술과 관련 언급도

이란 법의학기구는 7일(현지시간) 지난달 의문사한 아미니의 사인이 질환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아미니의 얼굴 사진을 붙인 시위대 팻말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난달 히잡을 쓰지 않아 경찰에 체포된 후 사망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인이 강타나 구타에 의한 것이 아닌 질환 때문이라는 이란 당국의 발표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 법의학기구는 이날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미니의 사망은 머리, 사지, 생명 유지와 관련 있는 장기 등에 대한 강타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의 사망은 8세 때 받은 뇌종양 수술과도 관련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대뇌 저산소증에 의해 발생한 다발성 장기부전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 법의학기구는 이같은 주장에 대한 근거로 아미니의 뇌와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부검 및 병리학 검사 등을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아미니의 부상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에 앞서 유족 측 변호사는 반관영 에테마돈라인 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명망 있는 의사들은 아미니가 구금 상태에서 구타를 당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흐사 아미니(22)는 지난 9월13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풍속 단속경찰에 체포돼 당일 조사를 받던 중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끝에 3일 후인 9월16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아미니의 의문사는 반정부 시위의 불씨가 되어 현재까지 이란 전역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 단체들은 시위 과정에서 시민 15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보안군 또한 20명 이상 사망했다는 이란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란 지도부는 아미니의 죽음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시위의 배후에는 미국을 포함한 이란의 '적'들의 음모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위가 점점 격화되면서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는 모든 자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이란을 떠날 것을 촉구했으며, 같은날 네덜란드 정부 역시 모든 네덜란드 국민에게 이란을 떠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란으로의 모든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