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여자' 한젬마..러쉬 아트페어 디렉터 되다
한 작가는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러쉬 아트페어’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매장을 전시장으로 해석하고 해당 지역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차별화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거리의 갤러리화, 거리의 아트페어, 매장 아트페어인 최초의 팝업 아트페어’라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과 예술을 연결하는 소통했다. 코트라에서 6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많은 중소기업들과 예술을 연결시키는 일도 했다. 기업 입장, 기업과 예술가의 소통 방식, 협업의 노하우 등을 체득하는 기회가 됐다. 러쉬코리아는 미술과의 소통을 강하게 희망했던 타이밍이었고, 또한 제가 헤어부터 패션까지 초록색으로 입고 다니는 ‘그린 행동가’라는 점에서 러쉬와 연결될 수 있었다.
러쉬코리아와의 협업은 수월했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예술과 소통할 준비가 돼 있었다. 예술을 향해 준비가 무장된 상태였으니까. 개인적으로 러쉬 제품들은 대단히 예술적이다. 특히나 배쓰 밤이나 고체 비누들을 보면 색, 질감과 형태는 이미 예술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낫랩이라는 우리나라 보자기와 같은 대표 상품은 친환경 메시지를 전파하는 포장재 대체 용품인데, 그 자체에 수많은 예술가들과 협업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미 합격점을 줬다.
개인적으로 발달장애 작가들과의 인연이 깊다. 그들만의 남다른 예술세계가 러쉬와 매우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연결할 수 있었다. 발달장애 작가들의 순수성, 거침없는 표현력, 동물과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력, 애정과 정보력 등에서 깊은 연관성을 느꼈다. 그 부분에서 러쉬코리아와 공감대를 도출하며 러쉬가 선택한 러쉬스러운 작가군으로 발달장애 작가들을 선정하게 된 것이다. 종종 ‘작품이 이렇게 훌륭한데 왜 발달장애 작가라고 소개를 해서 작품 관람에 선입견을 주는가. 그냥 예술가로 소개해도 충분한 예술성으로 볼 텐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발달장애 작가를 밝히는 이유는 참여하는 작가들도 당당히 ‘저는 발달장애 작가입니다’라고 발언할 수 있기를 바라서다. 그들만이 가진 특징이 있는데, 어릴 적부터 타고난 재능과 5~6살 때부터 보여준 남다른 독창적인 그림들을 그려내는 천재들이 많다. 특히 색감이 뛰어나고, 표현력이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높은 집중력에서 나오는 집요한 작업량으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축해내고는 한다. 교육을 받아 주제를 선정하고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이런 특별한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 미술인은 스스로 발달장애 예술가라고 당당히 발언하고 강조하며, 그렇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장애가 예술에 결코 걸림돌이 아니다. 이게 이번 ‘러쉬 아트페어’의 목소리다.
갤러리, 아트페어 하면 그림을 판매하는 상업 공간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 개념을 넘어서 융복합의 소통, ‘원 스페이스, 멀티 유스(한 공간, 다양한 용도)’ 개념의 새로운 아트페어를 추진해보고 싶었다. 거리의 상점이 전시장이 되며 시민들에게 예술을 제공하는 퍼블릭 아트의 성격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러쉬는 전국 20개 매장을 활용했고, 내년부터 더욱 다양한 개념 있는 전시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러쉬코리아 내 ‘러쉬 아트페어’를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일사천리로 영국에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해낸 것부터 놀라운 일이었다. 러쉬코리아는 파트너십을 맺은 러쉬 영국 본사와 소통하고 공유해야 하는 진행 절차가 있다.
올해 기획된 일을 해당 연도에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시차도 다른 영국 본사와 집요하게 소통함으로써 아트페어가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더불어 지역별 작가를 찾는데도 애로 사항이 많았다. 의외로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현대 미술의 중심지인 전라도에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 놀랐다. 이번 ‘러쉬 아트페어’ 전라도 지역에 참가한 양시영 작가가 유일하다. 그의 참가가 불발되면 ‘러쉬 아트페어’는 전라도 지역에서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강원도에서는 이장우 작가와 함께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통해 소개받은 표거연 작가도 이번에 소개할 수 있게 돼 뜻 깊다.
‘왜 아트인가’ ‘어떤 아트와 함께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기 바란다. 예술은 경계를 부수는 근본 성질이 있다. 남들이 하는 것을 한다면 그것은 아트가 아니다.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어필 요소로 아트를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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