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지옥같다"..'알박기 인사'에 속타는 尹정부 내정자들

박태인 2022. 10.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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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국공항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국토교통부 관료출신 낙하산 상임이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낙하산 논란은 모든 정권에서 반복되는 문제다. 연합뉴스

“솔직히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공공기관 기관장급 보직에 내정된 법조계 인사 A씨가 전한 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에 내정 통보를 받은 A씨는 정부 출범 직후 임명될 가능성을 고려해 변호를 맡았던 주요 사건을 모두 돌려보냈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알박기 인사’의 자리 지키기로 올해 안에 임명될 가능성이 요원한 상태다.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매달 수백만 원의 사무실 임대료만 나가고 있다”고 속앓이를 했다. 인수위 기간 차관급에 내정된 한 대학교수 출신 인사 B씨는 월급은 받아 사정은 나은 편이다. B씨는 “수업은 하고 있지만, 향후 수강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든 게 불확실하다”고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에 버티는 기관장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5개월이 지났지만, ‘남으려는 자와 나가라는 자’의 신경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찍어내기 인사’에 유죄 판결(환경부 블랙리스트)이 내려진 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 다수가 임기를 채우겠단 입장이다. 전직 여당 의원은 “지금은 ‘나가달라’는 말도 직권남용으로 걸릴 수 있어 꺼내기도 어려워졌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뤄진 수사로 야당 인사들이 수혜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사진)의 모습. 사진은 지난해 2월 법정에 나서던 김 전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반면 야당은 "방법만 바뀌었을 뿐 정부와 여당의 ‘찍어내기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감사원 감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정치보복 수사 대책위원회’ 간사인 김회재 의원은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 중인 17개 공공기관 중 15곳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전방위적 표적 감사라는 주장이다. “정치적 목적이 없는 기관 감사일 뿐”이라는 감사원의 입장과는 딴판이다.

야당에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구속”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의 특별조사가 진행된 국민권익위원회도 이정희 전 부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전현희 위원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여당에선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인사들은 나가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여당 의원의 보좌관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알박기 인사 비판에 집중하란 지시가 떨어진 의원실이 많다”고 했다.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이정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큰 절을 하고 있다. 이 전 부위원장은 물러났지만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임기를 채우겠단 입장이다. 뉴스1


대통령실 쇄신, “챙겨줘야 할 사람 늘어”


여권 내의 또 다른 고민은 지난 추석 전 이뤄진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다. 일부 개국 공신을 포함해 50여명의 인사가 갑작스레 물갈이 됐는데, 여권에선 챙겨줘야 할 사람이 늘어났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불명예스럽게 대통령실을 떠나 섭섭함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을 모두 적으로 돌릴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겠다는 사람도 또 나가달라는 사람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2년으로 줄여 최대한 임명권자의 임기와 맞추거나, 공공기관장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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