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헌책방] 여러 유형의 손님과 책방의 적

2022. 10. 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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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코틀랜드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숀 비텔이 쓴 책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를 읽었다.

비텔은 헌책방에서 일하며 겪은 손님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 소개한다.

헌책방에서 만나는 여러 유형의 손님 중 가장 골치 아픈 존재는 역시 책 도둑이다.

나는 스코틀랜드의 헌책방 주인 비텔처럼 손님을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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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얼마 전 스코틀랜드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숀 비텔이 쓴 책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를 읽었다. 비텔은 헌책방에서 일하며 겪은 손님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 소개한다. 헌책방은 실로 손님 관찰하기에 좋은 직업이다. 왜냐면 책방에 들어온 손님이 책을 살 확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대부분 손님은 책장을 둘러보다가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기 일쑤다. 이건 내가 일하는 헌책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헌책방 일꾼은 손님을 물끄러미 관찰하는 게 하루 중 가장 비중이 큰 업무다.

나는 한 번도 스코틀랜드에 가본 일이 없지만, 거기 서점에도 우리나라 서점 못지않게 누추한 손님이 많은 모양이다. 이상한 손님 이야기를 엮어 책까지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런 일이라면 여기도 많은데, 내가 먼저 책으로 쓸 걸 그랬다. 어쩐지 새치기를 당한 것 같아 억울하다.

헌책방에서 만나는 여러 유형의 손님 중 가장 골치 아픈 존재는 역시 책 도둑이다. 오래전엔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이건 옛날얘기다. 요즘엔 책을 훔쳐서 인터넷에 되파는 전문 절도단까지 있으니 바야흐로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고 한탄 섞인 노래를 부를 만한 시대가 된 거다.

인터넷 뉴스 검색만 해봐도 책 도둑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30년 동안 공범 둘이서 책을 훔친 기사를 보면, 이들은 훔친 책을 되팔아 고급 아파트를 사고 식당을 운영하는 한편 해외여행까지 다녔다고 하니 훔친 책의 양이 얼마큼인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가 하면 책 도둑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한 도둑 이야기도 흥미롭다. 훔친 돈으로 책을 사본 일명 ‘독서왕 도둑’이다. 2015년 8월 13일자 국민일보 기사를 보면, 이 도둑은 5년 동안 300여곳을 절도해서 그 돈으로 책 1만여권을 샀는데 그중 수백권은 도서관에 기증했다고 하니 이것을 선행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머리가 복잡하다. 잘 알려진 미국의 책 도둑 스티븐 블룸버그는 10년 동안 미국 전역의 도서관을 돌며 2만권이 넘는 희귀본을 절도했다. 이 도둑은 희귀본 지식이 워낙 특출나서 재판이 끝난 후 ‘블룸버그가 책을 훔치지 않은 도서관은 별 볼 일 없는 곳’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새 책을 판매하는 서점은 물론이거니와 헌책방은 절판된 책을 다루고 있기에 책 도둑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책 역시 훔치면 안 된다. 나는 스코틀랜드의 헌책방 주인 비텔처럼 손님을 관찰하고 있다. 나른한 오후 시간, 마치 내 모습이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오산이다. 눈을 감은 것 같지만 사실은 가느다랗게 실눈을 만들어서 책 도둑을 탐지하는 중이다.

지금 시간은 오후 5시. 손님이 없는데도 내 눈은 절반쯤 감겨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자는 건 아니다. 아니다, 자고 싶다. 아아, 눈이 계속 무거워진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헌책방의 가장 큰 적은 다름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에 졸기나 하는 나 자신이 아닌가 싶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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