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사랑, 교회학교를 꽃 피우다

강주화 2022. 10.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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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속에도 성장한 두 교회학교의 비결은
그래픽=신민식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교회학교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모여드는 곳도 있다. 국민일보는 최근 교회학교가 부흥하고 있는 부산 사하구 성민교회(홍융희 목사)와 경기도 화성 더푸른교회(강은도 목사)를 찾았다. 교회 상황은 각각 달랐지만 두 곳 모두 아이들을 열렬히 환영하고 사랑하면서 열심히 양육하고 관심을 쏟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분홍 목사님’

송재호(왼쪽) 장로와 이희숙 집사가 지난 2일 부산 사하구 성민교회 본당 출입구 벽에 있는 교회학교 어린이들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주일인 지난 2일 성민교회 본당 입구로 가는 벽에는 아이들 얼굴이 가득했다. 유아부부터 청년부까지 200명 가까운 얼굴에 이름과 기도제목이 적혀 있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인 양모군의 기도는 ‘초등학교 졸업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중학교도 파이팅!’이었다. 일곱 살 오모양 사진 아래 기도는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아이가 되길’이었다. 성민교회 성도 수백 명은 매일 교회에 올 때마다 이 얼굴들을 본다.

이희숙 집사는 “전 교인이 교회학교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코팅된 책갈피 겸 기도 카드를 하나씩 성경책 사이에 끼워놓고 있다”며 “매년 교회학교 어린이나 청년 1명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민교회 교인들은 1년간 교회 안에서 ‘믿음의 자녀’ 한 명을 입양하는 셈이다. 교회 선교회와 교회학교 부서는 ‘사랑의 울타리’란 이름으로 일대일 자매결연을 맺고 서로를 위해 중보하며 함께 행사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전 교인이 세대 간 통합을 이뤄간다. 홍융희 목사는 예배 중간중간 교회학교를 순회했다. 이날 홍 목사의 옷차림이 특이했다. 분홍색 재킷에 분홍 마스크를 썼다. 그는 “내 이름은 아이들이 부르기에 너무 어렵다. 내 별칭은 ‘분홍 목사’다. ‘다음세대를 사랑하는 분, 그분을 전하는 홍 목사’란 뜻이다. 아이들이 날 친숙하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핑크 재킷을 입은 홍융희 담임목사가 초등부 어린이와 대화를 하고 있다.


교회 아이들 사이에서 그는 ‘분홍 목사님’으로 통했다. 홍 목사를 뒤따라 가다 “와!” “짝짝짝!” 소리에 깜짝 놀랐다. 경건회를 하던 교사들이 손뼉을 치며 마치 연예인을 본 듯 담임목사를 환영했기 때문이다. 홍 목사는 이날 설교 말씀(신 3:27~28)을 토대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매주 교회학교를 방문해 살펴보는 그는 어린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뭘 하는지 물었다.

전 교인 다음세대 ‘기도 입양’

어른들의 예배 시간에 각 가정의 가정예배 사진 수십 장이 예배당 대형 화면에 공유됐다. 각 가정의 아이들은 성민교회 가정예배지 ‘하별모’(하늘의 별과 같고 바다의 모래같이 창성한 주의 가정들이 드리는 예배)를 들고 다양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홍 목사는 각 가정의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서 “○○이네 가정예배 잘 드렸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성도들은 아이들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네 예배 사진 잘 보았다”고 인사를 건넨다.

기독교교육학 박사이기도 한 이승연 사모는 “신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전수되는 것”이라면서 “교회와 가정에서 어른들이 삶으로 신앙을 보여줄 때 우리 신앙이 아이들에게 전해진다”고 했다. 예배에서는 지난주 교회학교가 했던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장터 사진도 보여줬다. 매주 전 교인이 이렇게 교회학교 소식을 나누고 아이들의 예배 모습을 확인한다. 성민교회는 다음세대에 교회 사역의 모든 초점을 맞춘다.

교회 달력에도 아이들의 활동 사진이 담겨 있었다. 다음세대 예배 시간도 주일 오전 9시에서 11시로 옮겼다. 교사들은 9시 예배에 미리 와서 예배하고 기도로 준비해 11시에 아이들을 맞는다. 낮 12시 예배를 마치면 점심을 먹으면서 교제한다. 오후엔 교회에서 놀면서 즐겁게 지낸다.

토끼 복장을 한 유치부 담당 김세희 목사가 어린이를 안고 게임을 하는 모습.


이는 ‘아이들을 교회로 데려오는 것보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목회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이안열 장로는 “모두 한마음으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2015년 홍 목사가 부임했을 당시 교회학교 아이들은 60여명이었다. 지금은 140명 정도 된다. 홍 목사는 “전 교인이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표현할 때 교회학교 부흥은 온 교회를 채우고도 남을 것”이라고 했다.

성민교회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

교회에서 놀고 먹고 공부하고…

지난달 26일 주일에 방문한 더푸른교회 다음세대센터에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치부 교사 문나영(18)씨 품으로 한 아이가 뛰어들었다. “선생니~임!” 문씨는 익숙한 듯 아이를 꼬옥 안았다. 다른 아이들도 선생님 손을 끌었다가 안겼다가 바로 옆 실내놀이터로 뛰어다니기 바빴다. 유치부 예배실 바로 옆 놀이터는 예배 공간만큼 넓었다. 놀이터는 미끄럼틀과 터널, 그리고 방방이(트램펄린) 등의 놀이기구가 있었다.
더푸른교회 유치부 어린이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화성, 교회 다음세대센터 실내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문씨는 “놀이터가 키즈카페처럼 꾸며져 있어 아이들이 예배 전에 와서 신나게 뛰어논다”고 했다. 실제 아이들은 예배 전후 예배실과 놀이터를 자유롭게 오가며 장난을 쳤고 깔깔거렸다. 서로서(6)군은 교회에서 무얼 하는 게 좋냐는 물음에 “노는 게 좋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낯선 기자와 몇 마디 나눈 서군은 잠시 자리를 떴다가 이내 돌아와 알록달록한 마스크 목걸이를 선물로 내밀었다.

예배 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냉동고 앞에 모여 있었다. “뭐 먹을까?”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었다. 냉동고 옆에는 오락기도 있었다. 초등부 공과 공부를 막 마친 최다니엘(11)군에게 교회 오는 게 좋냐고 물었다. 최군은 “좋다”고 했다. 뭐가 좋냐고 하자 “교회도 좋고 선생님도 좋다. 다 좋다”고 했다. 나란히 앉아있던 조이준(11)군은 “이벤트도 많고 간식도 맛있다”고 했다.

초등부 교사 안유라(22)씨는 “연초 반을 맡았을 때 아이들이 5명이었는데 지금은 12명이나 된다”며 “처음에는 부모를 따라 많이 왔는데 이젠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우리 교회 좋다’고 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군도 최군 소개로 더푸른교회에 오게 됐다.

더푸른교회는 지난해 말 다음세대센터를 마련했다. 유치부는 실내놀이터, 초등부는 오락기 설치, 중·고등부는 스터디룸을 각각 마련했다. 청소년들은 스터디룸에서 평소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난다. 더푸른교회 교육 부서는 지난봄 찬양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더푸른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담임목사와 교역자들이 모두 다음세대에게 큰 관심을 두고 교회를 운영한다”며 “아이들이 즐거운 교회로 입소문이 나면서 빠르게 부흥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푸른교회 출석 어린이와 청소년은 벌써 200명에 가깝다.

코로나 뚫고 ‘블레싱 택시’ 출동


코로나19 기간 두 교회는 다음세대를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더푸른교회는 교역자나 교사들이 부모들과 자주 연락하면서 전화나 방문 심방을 계속했다. 강은도 목사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회학교를 순회한다. 성민교회 청소년부는 ‘블레싱 택시’를 운영했다. 교역자와 담임 교사들이 간식 슬리퍼 방석 마사지기 등 각종 물품을 구비한 차량을 가지고 학생들을 만났다. 학교나 학원, 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심방과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성민교회 다음세대 담당 이슬기 목사는 “차량 심방은 아이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두 교회는 아이들을 기르고 사랑하는 곳이 교회란 걸 보여준다. 홍 목사는 “우리는 아이들에게 복음과 사랑을 줘야 한다”고 했다. 강 목사는 “아이들이 교회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즐겁게 놀길 바란다”고 했다.


지앤컴리서치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교회 예배에서 또래와의 교제(31.6%)를 가장 원했다. 이어 찬양(25.0%) 설교(13.6%) 기도(8.9%) 관심(8.2%) 소모임(7.7%) 순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부산·화성=글·사진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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