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라도 '미성년자 공제' 받을 수 있어요

2022. 10. 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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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법률 이야기] (30)
시끌시끌 태아 상속세

#A씨는 2018년 8월 사망했다. 사망 당시 A씨에게는 부인 B씨와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있었고, B씨는 임신 중이었다. A씨가 사망한 지 3개월 후 B씨는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B씨는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모두 미성년 자녀 공제 적용 대상으로 해 상속세를 신고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A씨 사망 당시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둘째 아이는 공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상속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우리 법은 태아와 사람을 구분한다. 민법은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하는데, 생존(生存)이라는 말은 이미 출생(出生)한 것을 전제로 한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는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이런 원칙을 고수하면, 태아에게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 만일 A씨 사망 당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둘째 아이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상속제도 취지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될 것이고, 첫째 아이와의 형평에도 반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민법은 몇 가지 중요한 법률관계에 관해 태아의 권리 능력을 인정하는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상속에 관한 것이다. 즉, 민법은 상속 순위에 관해 태아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봐 상속권을 인정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도 태아에게 상속된 재산에 상속세를 부과한다.

누군가 사망하면 남겨진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상증세법은 유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공제제도를 두고 있다. 모든 상속에 대해 2억원까지 공제해주는 기초공제, 상속인의 인적 사정에 따라 공제하는 인적공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일반적인 배우자·자녀와 달리 태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국세청과 종전의 조세심판원 결정은 태아에 대해서는 자녀 공제와 미성년자 공제를 부정해왔다.

최근, 이런 흐름이 바뀌었다. 태아에 대해서도 자녀 공제와 미성년자 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조세심판원은 조세심판관 합동회의를 열어 종전 결정을 26년 만에 변경해 태아에 대해서도 자녀 공제와 미성년자 공제를 적용하는 결정을 했다. 둘째 아이는 A씨 사망 당시 태아였지만 이후 출생해 상속권이 인정되고 상속세 납세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둘째 아이에 대해서도 상속세 공제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은 자녀 공제와 미성년자 공제 취지는 가족의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상속인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므로 이런 공제를 부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이다.

법률 취지에 비춰보면 조세심판원 결정은 타당하다.

현실적으로 입법자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 법률을 개별적·구체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개별적 사안에 대한 법률 해석이 필요하다. 이런 근본적 한계를 도외시하고 법률 문언 그 자체에만 집착하다 보면, 형평과 정의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 위 사안에서도 상증세법에서 태아에 관해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만 집착해 미성년 자녀 공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태아에게 상속권·상속세 납세 의무를 인정하는 취지와 미성년 자녀 공제제도를 둔 취지에 반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명문으로 인정하는 세법개정안도 예고됐다. 최근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자녀 공제·미성년자 공제 적용 대상에 태아가 포함될 예정이다. 위 결정의 취지를 법률에 명확하게 반영해 규정하기 위한 확인적 의미의 개정이라고 보면 된다.

[윤진규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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