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한화는 남는 장사를 했을까?

김소연 2022. 10. 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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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조3000억원에 대우조선 인수하려다 무산된 한화
그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가져왔으니 한화는 남는 장사?

주인 없는 회사의 모럴해저드를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주인 없는 회사의 경영진과 임직원에 의해 모럴해저드가 횡행할 가능성이 많다는 걸 절감했으니까요. 특히 그 회사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죠.

대표적인 기업이 대우조선해양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은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전세비행기를 타고 초호화 유럽 출장을 다녔는가 하면, 2년 동안 1조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하면서 200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도 했죠.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된 이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쏟아부은 공적자금만 7조원입니다. 그 큰돈을 받고도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영업이익률 0.2%라는 기가 막힌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그뿐인가요.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가 하면 원가율은 134.4%였습니다. 134.4원에 물건을 만들어 100원에 판다는 의미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죠.

그 대우조선해양이 드디어 인수된답니다. 한화에요.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사실 한화는 똥 밟을 걸 피한 전력이 있습니다. 2008년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죠. 현대중공업은 도중에 포기했고 포스코와 GS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포스코-GS 컨소시엄과 한화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습니다. 인수 의지가 가장 강했던 포스코는 6조원 이상 베팅하겠다며 나섭니다. 컨소시엄 파트너 GS는 6조원은 너무 과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결국 포스코는 GS를 빼고 단독으로 입찰을 시도합니다. 대우조선해양 최대 주주 산업은행은 기존 조건대로 컨소시엄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화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합니다. 한화그룹은 인수대금 6조3000억원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면서 분납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이를 수용하면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며 거절했고, 그렇게 매각이 무산됩니다.

당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다면 한화는 인수대금 6조3000억원에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7조원을 더 쏟아부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고나서도 남은 건 적자투성이 기업이겠죠. 그랬다면 지금의 한화그룹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수도요. 그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가져오게 됐으니 한화는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인가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p60~61).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로 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만났습니다. 문 대표변호사는 “공적자금 비리 합동단속반에서 일하면서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른 기업과 임직원들을 보며 그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꼭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하더군요. 동네에서 추리닝 입고 돌아다닐 것 같은 서글서글한 인상과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문 전 총장 눈이, 이 얘기를 할 때 유독 번득였습니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진행한 인터뷰 뒷얘기입니다(p14~15).

[김소연 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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