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OPEC+ 전방위 압박 나서나..WTO 제소·자산압류·미군 철수까지 거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정부와 의회가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배럴 줄이기로 결정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원국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의회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미국 내 OPEC+ 관련 자산 압류, OPEC+ 회원국 내 미군과 방어 시스템의 철수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담은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OPEC 책임법(OPEC Accountability Act)을 재상정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법은 OPEC+가 감산을 논의할 때 미국 대통령도 OPEC+ 회원국들과 협상을 할 수 있으며 미 대통령과 OPEC+ 간 협상이 성공적이지 않을 경우 미 무역대표부(USTR)가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소속 톰 맬리나우스키, 숀 케이스튼, 수전 와일드 하원의원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미국과 방어 시스템을 철수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를 돕는 국가에 미국이 군사적 도움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백악관은 OPEC+의 200만배럴 감산 결정이 발표된 뒤 OPEC+의 에너지 가격 통제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의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OPEC 법안으로 알려진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No Oil Producing and Exporting Cartels Act)'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NOPEC 법안은 미국 법무부가 가격 담합을 근거로 OPEC 회원국 정부와 관련 기업을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있으며 미국내 OPEC 관련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NOPEC 법은 이미 20년 이상 의회에서 논의됐지만 사우디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통과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우디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면서 NOPEC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미 에너지부에서 일했던 랜던 데렌츠는 "미 정부의 OPEC 전략은 바뀌지 않았지만 OPEC과 러시아의 관계가 확장되면서 징벌적 조치에 대한 지지는 늘었을 것"이라며 NOPEC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NOPEC 법은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 주도로 최근 의회에 재상정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윈의원 시절이던 2007년 NOPEC 법안의 초기 형태인 에너지 독립·보장법(Energy Independence and Security Act)에 찬성표를 던졌다.
NOPEC 법안이 통과되면 OPEC+ 회원국들의 반발도 커 원유시장에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포린 리포트(Foreign Reports)의 매튜 리드 애널리스트는 "OPEC 수장들은 NOPEC 법안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할 뿐 아니라 격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OPEC은 올여름 미국이 러시아 원유를 수입할 수 없을 때 하루 150만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면서 미국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NOPEC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에 원유 판매를 재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WSJ는 이번 사태가 OPEC과 미국의 불안한 데탕트(긴장 완화)가 끝났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년간 원유 생산량을 크게 늘려 OPEC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주요 원유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미국과 OPEC은 경쟁 대신 버락 오바마 정부 말기부터 막후 협상을 통해 원유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관계가 크게 악화되면서 양측이 원유 시장 문제를 두고 크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과 오바마 정부 에너지부에서 일했던 데이비드 골드윈은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 성장을 잠식하고 유럽이 러시아 가스 대안을 찾기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OPEC+의 200만배럴 감산 결정은 경제ㆍ외교적 전쟁 선언이었다"며 "OPEC과 미국이 오랫동안 적대적이었던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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