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긁고 덧칠하며 완성한 '본질의 아름다움'

김희윤 2022. 10. 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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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근본, 서양의 4원소와 동양의 5행이 응집된 흙에 주목한 작가 채성필은 흙을 통해 본질을 탐구하고, 그 여정을 캔버스에 선연한 색채로 기록한다.

그 빛깔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는 나무와 흙을 재료로 직접 천연 안료를 만드는 작가의 노력이 깃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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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채성필 '대지의 몽상'. 사진제공 = 가나아트센터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만물의 근본, 서양의 4원소와 동양의 5행이 응집된 흙에 주목한 작가 채성필은 흙을 통해 본질을 탐구하고, 그 여정을 캔버스에 선연한 색채로 기록한다. 그 빛깔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는 나무와 흙을 재료로 직접 천연 안료를 만드는 작가의 노력이 깃들어있다. 모방이 아닌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의 행보는 원초적 자연의 공간을 관객 앞에 오롯하게 펼쳐놓는다.

가나아트는 ‘흙의 작가’ 채성필 개인전 ‘경계, 흙으로부터(Boundary, From the Earth)’를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익명의 땅’ ‘물의 초상’ ‘흙과 달’ 등 흙을 매개로 자연의 본질을 기록해온 작가의 신작 60여점이 관객과 만난다.

작품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채성필 작가. 사진 = 김희윤 기자

작가는 화폭에 자연을 담기 위해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물의 흐름에 따라 자연물들이 캔버스에 만들어내는 우연적 효과를 추구했다. 태고의 자연, 그 본질에 근접하고자 중력에 의해 재료들이 흐르도록 유도한 그의 작업은 동서양의 경계를 초월하는 시도이자 만물의 근본과 자연이 형성되는 과정의 축약본이다.

곱게 간 진주는 캔버스의 바탕을 이루고, 그 위로 맑게 진흙을 거른 물이 흐른다. 흙이 캔버스에서 마르기 전 여기에 먹물을 흩뿌리면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길을 만들어나간다. 자신에게 높인 화판, 그 회화적 공간 안에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담기위해 노력한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 진도와 어머니에 대한 향수를 흙에 담아 삶의 터전과 땅의 역사를 미학적 언어로 기록한다.

채성필 '물의 초상'. 사진제공 = 가나아트센터

‘흙의 작가’는 어느 지역 흙을 가장 좋아하고 작품에 즐겨 쓸까. 작가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작업을 진행하는 곳의 흙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는 옛말에 개울만 건너도 흙의 성질이 달라진다는 말을 기억하곤, 다양한 지역의 흙을 만지고 느끼며 그 안의 메시지를 읽는다. 작가는 “흙을 하나의 물질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문명의 현장을 담은, 문화와 역사를 담은 바닥이자 땅의 역사로 바라보고 그 특성에 맞게 작업에 사용한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자신의 고향 진도와 해남, 고창의 흙을 특히 좋아해 직접 공수해서 작업할 때도 있다고 덧붙인다. 그는 남도의 흙을 두고 “고향의 흙으로 작업하면 투명도가 뛰어나면서 따뜻한 느낌이 표현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작가는 원초적 힘을 담은 흙을 통해 급변하는 현대사회 흐름 속 본질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채성필은 1998년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2003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로 건너가 현재 파리 1대학에서 조형예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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