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라돈, 초미세먼지 만나면..뇌졸증 사망 위험 커진다
초미세먼지와 라돈 등의 방사선에 함께 노출되면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사망이 더 높아지는 '상승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에서는 새로 지은 아파트 중에서 라돈 오염이 높은 사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최근 미국 심장협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심혈관 질환 사망과 관련해 초미세먼지 농도와 공기 중 입자의 베타(β) 방사선량 사이에 상당한 양의 상호작용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PM2.5와 베타 방사선 노출이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01~2015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비(非)우발적 사망자 71만6653명의 건강 기록을 조사했고, 여기서 18만6371명(26.0%)은 심혈관 질환으로, 3만6692명(5.1%)은 심근경색으로, 3만9069명(5.5%)은 뇌졸중으로 각각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매사추세츠 사망자 71만명 분석
분석 결과, 매사추세츠 지역의 연평균 베타 방사선량은 ㎥당 0.36 mBq(밀리베크렐, 베크렐은 방사능 단위)이었고, 초미세먼지의 연평균은 ㎥당 8.3 μg(마이크로그램, 1μg=100만분의 1g)이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정한 상태에서 베타 방사선량 노출이 4분위수 만큼, 즉 ㎥당 0.055mBq 증가했을 때는 심근 경색 사망이 16%, 뇌졸중 사망이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익히 알려진 대로 초미세먼지가 높으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 방사선량이 일정한 상태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4분위수 만큼 상승하면, 즉 2.82μg/㎥ 상승하면 모든 비우발적 사망은 10% 증가했고, 심혈관 질환 사망은 12%, 심근경색 사망은 6%, 뇌졸중 사망은 11% 늘어났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와 총 베타 방사선량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베타 방사선량 노출이 상위 10% 수준(0.41 mBq/㎥)일 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4분위수(2.82μg/㎥) 만큼 증가하면, 전체 비우발적 사망은 13% 증가했고, 심혈관 질환 사망은 16%, 심근경색 사망은 9%, 뇌졸중 사망은 14% 증가했다.
즉, 방사선 노출이 많은 상황에서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해지면 방사선 노출이 낮을 때보다 심혈관 질환 사망이 더 늘어나는 '상승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라돈, 미세먼지에 붙어 혈관 침투
연구팀도 실내공기 중 라돈 농도와 심혈관 질환 사망을 분석한 과거 다른 연구에서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방사선 노출이 초미세먼지로 인한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초미세먼지의 건강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논문에서 "입자 방사능은 무색무취의 방사성 기체인 라돈 가스에서 주로 나온다"며 "암석 등에서 나오는 라돈은 대기로 이동해 알파·베타·감마 방사선을 방출하며 여러 동위원소로 붕괴한다"고 설명했다.
라돈은 처음에는 미세한 초미세먼지(에어로졸)를 형성한 다음, 주변 다른 초미세먼지에 달라붙기도 한다. 라돈은 초미세먼지에 부착된 상태로 폐 깊숙이 침투하고, 혈관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방사성 입자는 기관지나 폐포 등에서, 혹은 체내에 흡수된 채 방사선을 방출,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신축 공동주택 16% 라돈 기준 초과
2019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원자력위원회는 아파트에서 라돈이 잇따라 검출되자 건축자재 라돈 관리지침서를 발표했으며, 2019년 7월 이후 승인된 아파트는 실내 공기 중에서 라돈이 148 Bq/m³를 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라돈 기준을 초과한 아파트의 경우 그 자체 때문에 거주자가 폐암에 걸릴 위험이 크지만, 이번 하버드대 연구를 적용한다면 미세먼지 오염까지 겹칠 경우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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