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헌트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 ‘헌트’는 1980년대 초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안기부 해외팀을 이끄는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을 이끄는 김정도(정우성)의 관점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와 제작 규모 모두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압권은 헤드 카피다. ‘대통령을 제거하라’. 10년 전 ‘26년’(2012)이 있긴 했지만 ‘헌트’처럼 직설화법으로 돌진하진 않았다.
광주 민주화 운동과 5공화국 출범, 그리고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과 이웅평의 남한 귀순과 아웅산 폭탄 테러까지 ‘헌트’가 픽션을 더해 다루고 있는 사건들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그 중심엔 영화에선 ‘천수호’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지난해 90세로 세상을 떠난 독재자가 있다. 여기서 영화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대통령을 죽이려는 세력들의 작전과 충돌과 연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가능할까. 히틀러를 무참하게 죽이며 일종의 ‘대체역사’를 제시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까진 아니더라도 ‘헌트’는 과감하다. 테러 현장에서 대통령의 머리에 겨눈 총. ‘그때 그 사람들’(2005)이나 ‘남산의 부장들’(2020)이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사실적 재현이었다면, ‘헌트’는 스파이 액션이라는 장르의 힘과 팩션이라는 서사의 힘을 빌려 그 직전까지 다다른다. 그렇다면 과연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 영화가 사실과 싸우는 지점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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