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국제유가, 4분기에 오른다는데 [앤츠W]

박성우 2022. 10.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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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

다들 주식시장이 안 좋다는 얘기만 하다보니 국제유가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부텍사스유는 3분기에 30% 가량 빠졌는데요. 6월 이후 계속 떨어져서 80달러선에 머물다보니 경기침체도 다가온다고 하고, 별 신경을 안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유가 수준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달러 급등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공급 측면에선 새 유정을 뚫지도 않고, 코로나 팬데믹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재고를 끌어다 쓰면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마당에 OPEC플러스는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 발발 이후 최대 감산 규모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원유시장이 매우 타이트한, 그러니까 생산량이 낮은 상황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원유재고는 최근 5년 평균보다 9.2% 낮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OPEC이 수요 감소에 대비해 감산을 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공급량이 낮은 상황에서 감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튼루지의 엑슨모빌 원유저장고. 셔터스톡

유럽연합은 올 연말 러시아 원유 수입을 제한하는 추가 제재를 집행할 계획인데요. 전문가들은 OPEC플러스의 감산 조치보다 이 제재가 원유 공급부족 상황을 악화시키고,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때마침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4분기에 유가가 오를 것이라고 하나같이 전망을 하고 있는데요. 여행 수요가 살아나고, 겨울철 난방 수요가 증가(특히 유럽)하면서 가스보다 저렴한 원유 수요가 늘 거라는 논리입니다. 원유 재고는 낮은데 수요가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고, 이건 경기침체가 와도 마찬가지라는 게 월가의 주장입니다. JP모간은 배럴당 101달러, 골드만삭스는 125달러, 모간스탠리는 다소 보수적인 95달러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수요 측면에서 큰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공급 상황이 변한 게 없다. 공급의 한계가 그리 멀지 않았다.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 올초 같은 유가 상승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마틴 라츠 모건스탠리 글로벌 원유 스트래티지스트
이쯤되면 잊고 있던 원유DLS에 손을 뻗는 구독자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반대 논리도 있습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OPEC플러스의 감산 조치는 현실적으로 하루 50만 배럴 감축에 머무를 것이고, 이건 글로벌 총 공급량의 0.5%를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합의한 하루 200만 배럴 감산도 글로벌 생산량의 2%.) OPEC플러스의 감산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미미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셰브런 주유소. 셔터스톡

이번 감산 조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배럴당 100달러 유가를 원한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휴스턴의 석유회사 파이오니어의 스캇 셰필드 CEO는 “유가가 당분간 90~100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이고,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내내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미국이 “OPEC플러스의 근시안적인 결정이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내고, ‘숙적’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까지 공급을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당장은 OPEC플러스 감산의 약발이 더 크다는 게 중론입니다. 올해 3월부터 전략비축유(SPR)를 역대 최대 규모인 하루 100만 배럴씩 방출해 온 미국이 계속 이걸 이어가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서방의 3대 석유회사인 엑슨모빌(XOM), 셰브런(CVX), 쉘(SHEL)은 올해 2분기에 도합 460억 달러(약 64조5840억원)의 이익을 남겼습니다. 특히 엑슨모빌은 179억달러의 이익을 남겼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이고 지난해 2분기의 4배나 됩니다. S&P500이 연초 대비 15% 떨어질 때 에너지 인덱스는 35% 올랐습니다.

워런 버핏이 지분 27%를 보유한 옥시덴털 페트톨리엄(OXY). 셔터스톡

관건은 이런 추세가 얼마나 이어질까 하는 점입니다. 일단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긍정적입니다. 투자정보업체 팁랭크스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애널리스트 7명 가운데 5명이 Buy, 2명이 Hold를 제시했고, 매도 의견(Sell)을 낸 애널리스트는 없었습니다. 셰브런은 12명 가운데 9명이 Buy, 3명이 Hold였습니다. 역시 매도 의견은 없었습니다.

엑슨모빌 Moderate Buy (현재가 99.12달러, 목표주가 109.43)
셰브런 Strong Buy (현재가 158.53달러, 목표주가 179.42)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Moderate Buy (현재가 67.74, 목표주가 77.30)

역대급 이익을 올렸지만 글로벌 정유사들은 생산시설에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ESG 걱정 때문에 정유주 투자를 주저하던 기관투자가들도 워낙 지수 대비 퍼포먼스가 좋아 에너지주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을 집중 매수해 온 워런 버핏은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어느 한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좀 이상한 사람들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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