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대선 땐 세게 반발했는데..신중해진 민주당 왜
6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대로 폭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시대정신과 국민의 요구에 맞는 방향으로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내부적으로 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엔 “찬성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차관급 본부장이 이끄는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기존 여가부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법안 심사에서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전날 행안부에도 이런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변인도 “정부 확정안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는 찾아볼 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이 같은 입장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강하게 성토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발 물러난 모습에 가깝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건 여성가족부 찬반을 놓고 강하게 충돌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외교 참사 등으로 불리해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꼼수에 굳이 말려들 이유가 없다.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전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안부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요구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금융위 기능 강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의 외교부 이관 등도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하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진행한다. 행안위원장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 다만 전체 위원 22명 가운데 과반(12명)이 민주당 소속인만큼 민주당 동의 없이는 통과될 수 없는 구조다.
한편,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권인숙 여가위원장과 유정주 간사 등 민주당 여가위원들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여가부가 수행해 온 가족·청소년, 성평등 업무의 위축이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여당은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실질적인 성평등 구현을 위해 여가부의 권한과 기능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권 위원장은 성명서 낭독 후 기자들과 만나 “신당동 살인사건이 벌어져 세상이 피해자 보호 등 업무의 중요성을 거듭 깨닫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내 여성들 노동시장에서의 처지가 바닥을 헤매는 것이 명확하다”며 “성의 없는 조직개편안에 유감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비통함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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