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감축법' 일파만파..한국의 묘수는 어디에

2022. 10. 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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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 비상
한국 피해 호소 대신 미국 피해 커지는 점 강조해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IRA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정책의 일부로 제정됐다. 당초 3조5000억달러 규모 재원 투입을 추진했지만, 과다한 지출 반대로 의회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재원 규모는 7400억달러(약 966조원)로 축소됐다.

문제는 IRA가 당장 내년 1월부터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 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바꾼 점이다. 전기차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불이익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던 한국 기업들과 한미동맹 강화 입장을 명확히 했던 정부로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뿐 아니라 7월 통과된 반도체법 역시 미국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포함했다. “미국에서 발명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함으로써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는 백악관의 입장 발표가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의 대응 카드는 무엇일까.

미국 입법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뒷북 대응을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정부는 미국과의 고위급 대화 채널을 통해 한국의 전기차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세액 공제를 포함한 일부 자금 지원이 ‘금지 보조금’으로 간주될 수 있고, ‘미국 내 생산’만 세액 공제를 해주는 것이 ‘내국민 대우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에 한미 FTA 규범 위반으로 미국을 제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WTO 분쟁해결기구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미국이 경제 안보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환경 보호’처럼 예외로 인정되는 정책 목적을 국제 통상 규범 위반의 정당화 사유로 활용하기 때문에 제소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장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국제 규범적 해결에 앞서 미국 시장 내 경쟁 조건 변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의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의 협상이 정부 간 협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한미 양국 모두 자국 내 이해관계자들과 대내 협상을 병행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외 협상 결과가 국내에서 수용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국내 비준을 얻을 수 있는 모든 합의의 집합’, 즉 윈셋(win set)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노력이 여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윈셋’을 조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의 피해를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2025년까지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 건립이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조지아주는 잇달아 해당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런 움직임을 적극 지원하고 활용해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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