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풍자한 고교생 그림이 공모전서 '금상'..타당한가? [민심 레이더]

반진욱 2022. 10. 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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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5% "원하는 그림 그릴 표현의 자유 있어야"
주최측의 '금상 수여'엔 "정치적 의도 다분" 목소리
보수 45% '표현자유' 지지 속 "文 풍자도 비판 말았어야"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최근 한 그림으로 인해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작품 때문인데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작품이 제 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전시되면서 논란이 촉발됐습니다.

해당 그림은 고등학생이 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7~8월에 진행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의 금상 수상작이죠. 그림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에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조종석에 탑승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뒤이어 객실에는 칼을 든 검사 복장의 남성들이 줄줄이 서있는 모습도 묘사됐죠. 선로에는 기차를 피해 도망가는 일반 시민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일부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드러난 작품이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유명축제에 공개적으로 전시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죠. 이에 진보 진영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누구나 풍자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섰는데요. 문체부는 10월 4일 입장문을 내고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한다"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죠.

정부부처인 문체부가 문제제기를 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군사정권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사형 구형'을 외쳤던 사실을 거론하며 문체부의 엄중경고를 비판했죠.

시민들은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20만 회원을 보유한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정치 풍자 담은 교교생 카툰 공모전 금상 어떻게 생각하세요'(응답자 518명)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75%가 그림의 금상 수상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국민 다수가 표현의 자유인만큼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따질 게 아니다고 본 것입니다.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그림을 전시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진보~중도 성향을 지닌 응답자들은 압도적으로 '문제 없다'고 답했습니다. 진보(90.8%), 중도진보(87%), 중도(74%) 성향 모두 그림의 수상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죠. 보수 진영 역시 중도 보수(63%), 보수(45.3%)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다만 '찬성하는 이유'는 진영 별로 뉘앙스가 엇갈렸습니다. 진보 진영은 그림 못 그리게 하는 행위는 '독재'와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진보 성향의 60대 여성 응답자는 "민주주의에서 이정도 그림도 못 그린다면 독재 국가와 다름없다"고 지적했죠. 다른 10대 진보 응답자는 "보수정당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게 표현의 자유 아닌가요"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반면 보수 진영 응답자는 보수 정치인을 희화화하는 것도 문제가 안 되니, 진보 정치인을 풍자하는 것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대 보수 성향 응답자는 "보수 정권일 때만 풍자하지 말고 정권 바뀌어도 이 기조를 이어 나가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희화화한 '문코리타' 그림도 문제가 없겠죠"라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작품에 상을 수여한 것 자체가 주최 측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중도 보수 성향 응답자는 "그림을 그린 사람은 문제가 없다. 이 작품에 상을 준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다른 응답자는 "어른들 그림 공모전에서조차 윤석열 그림이든, 문재인 그림이든 상주면 논란이 된다. 굳이 왜 학생 공모전에서 논란이 다분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지 의문"이라고 답했죠. 일부 중도 진영에서도 우려가 나왔습니다.

중도 성향의 한 응답자는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작품을 공적 대회에서 상을 주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는 다른 이야기다. 반대로 진보 진영을 풍자한 미술품이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면 강력히 반발할 사람들 많을 텐데요"라고 지적했습니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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