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슬라임' 갖고 놀다 삼켰다 [살아남기]
◇일단 119 신고하고 하임리히법 실시
아이가 갖고 놀다 삼킨 슬라임이 기도에 걸리면, 우선 목을 양손으로 감싸 쥐는 ‘초킹 사인(chocking sign)’이 나타난다. 갑자기 켁켁거릴 수도 있다. 아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태면 기도가 일부만 폐쇄된 것이다. 일부러 기침해 이물질을 뱉어낼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경도 폐쇄라도 갑작스레 심각한 기도 폐쇄로 이어질 수 있으니 119에 연락한다. 기도가 완전히 폐쇄된 환자는 기침할 수 없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완전 기도 폐쇄가 의심되는 환자가 1세 이상이면, 119구급대원을 기다리는 동안 하임리히법을 실시한다. 환자를 뒤에서 안은 채로 배꼽과 명치 사이의 상복부에 한 손을 댄다. 반대쪽 손으로 그 손을 감싸 쥔 다음 환자 기준 뒤쪽을 향해 강하게 압박한다. 아동은 성인보다 체구가 작아서 하임리히법을 실시하는 사람이 무릎을 꿇어 아이와 키를 맞춰야 한다.
1세 미만 영아는 일반적인 하임리히법을 실시해선 안 된다. 영아는 복부 안에 장기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어, 하임리히법대로 복부를 강하게 압박했다간 간이 손상될 수 있다. 견갑골 사이를 손바닥 아래 둔덕으로 다섯 번 두드리고, 반대로 뒤집어 유두선 아래 가슴뼈 중앙을 검지와 중지로 누르는 방법을 하임리히법 대신 시행한다.
1세 이상이든 미만이든 환자가 이물질을 뱉어낼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환자가 도중에 의식을 잃으면, 눕혀서 인공호흡을 동반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환자의 입을 벌리고 안을 들여다봤을 때 이물질이 맨눈으로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땐 검지를 집어넣어 이물질에 대고, 바깥으로 훑어내 제거한다. 이물질이 보이지 않는다면 하임리히법과 인공호흡을 동반한 심폐소생술을 번갈아 하며, 입안을 수시로 확인한다. 전엔 보이지 않던 이물질이 새로 밀려 나왔을 수도 있다.
다만, 이물질이 보일 듯 말 듯해 꺼내기 어렵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지 말아야 한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이물질을 기도 안으로 더 밀어 넣게 될 수 있어서다. 이땐 의료진이 직접 빼는 게 안전하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윤성현 응급의료센터장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깊숙이 들어간 이물질은 후두경이라는 관을 삽입하고, '마질겸자(Magill forceps)'라는 집게로 집어서 빼내야 한다”고 말했다.
◇”점성 탓에 대처 어려울 수 있어”… 예방이 최선
모든 응급상황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슬라임 삼킴 사고는 특히 발생 자체를 막는 게 중요하다. 점성이 있는 슬라임 제형 상 하임리히법을 실시해도 잘 배출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잡아당기면 길게 늘어지는 탓에 손가락·집게로 잡고 기도 바깥으로 끌어내기도 까다롭다. 윤성현 센터장은 “슬라임이 목에 걸렸다면 일단 하임리히법을 실시해야겠지만, 슬라임 형태가 유동적이라 하임리히법으로도 배출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삼킨 슬라임이 뱃속으로 들어가는 사고가 목에 걸리는 것보단 차라리 덜 위험하다. 슬라임에 들어간 보존제나 붕소 등 성분이 몸에 나쁠 순 있지만, KC안전인증을 받은 슬라임 제품이라면 신체에 큰 해가 없다. 윤성현 센터장은 “붕소가 염기성이라 슬라임이 위에 들어갔을 때 속 쓰림·설사 등 소화기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해로운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시중에 판매되는 슬라임에서 붕소가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되거나,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과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이 검출돼 유통이 중단될 때가 있다. 어린아이가 슬라임을 갖고 놀 땐 장난으로라도 삼키는 일이 없도록 부모가 감독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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