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농사직썰㊾] "화병에 거베라 한 송이 꽂으면"..한국형 '거베라의 품격'
축하용 화환에서 트렌디하게 변신
계절 타지 않아 안정적인 농가 생산 가능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우리가 결혼식이나 다양한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화환이지. 화환에 쓰이는 꽃이 바로 거베라야. 꽃이 크고 예뻐서 바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지. 그런데 거베라는 확실한 사용처가 있다보니 사회경제 상황에 따라 소득이 들쑥날쑥해. 당장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대외적인 행사가 위축되면서 화환용 거베라도 자연스럽게 소비가 감소한 것이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거베라 품종 다양화로 소비자 폭을 넓히고 있어. 올 가을에는 거베라 한 송이를 거실 화병에 꽂아 놓으면 집안이 더 화사해지지 않을까?”
거베라는 채화량이 많고 연중 평균적으로 채화가 가능하다. 한번 심어서 3~4년간 계속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다. 노력 배분 면에서 경영상 이점이 있는 것이다. 10a당 100인 정도 소요 노력으로 경영이 가능해 고령층에서도 재배가 수월하다.
그러나 행사, 축제, 결혼 등 행사용 화환에 주료 활용된 탓에 사회・경제 상황에 따라 수요량 증가와 감소가 뚜렷하다. 소비자들이 고품질 꽃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수량 증대뿐만 아니라 고품질 위주 생산으로 전환이 필요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거베라의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 안정적인 수인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거베라는 화환용에서 벗어나 디자인 포인트 등으로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다른 절화류와 조합이 쉽고 절화 감상 기간이 길다는 것도 장점이다.
송현영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농업연구사는 “화색이 다양한 미니 거베라 출현으로 가정에서 소비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 대륜계와 미니 거베라의 볼륨감을 적당히 갖춘 중륜계 생산 증대를 포함해 여러가지 크기의 거베라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꽃꽂이・꽃다발 등 유행을 주도하는 팔방미인
거베라는 크기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모양도 화려하다. 파스타면처럼 생긴 파스타, 거미줄이 연상되는 스파이더, 거베라중 가장 작고 귀여운 폼폰형 등 새로운 화형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꽃꽂이, 꽃다발 등에 거베라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유행에 민감해 2~3년 사이에 새로운 품종이 유통된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거베라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적색을 비롯해 분홍색, 확생, 백색 등 화색의 종류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최근에는 파스텔톤 화색도 주목 받고 있다.
송 연구사는 “농가에서 재배품종을 선정할 때 몇 가지 색을 조합해 구색을 맞춰서 재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베라 가격은 가을부터 봄까지 비교적 높은 경향이 있다. 이는 주로 대형 화환이 이 시기에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고온기인 한여름에는 수량과 수요가 적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거베라는 국화과 거베라속으로 전 세계에 4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부랑화, 비주국, 가보국, 태양화로 부른다. 영국의 경우 19세기 말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처음 품종개량이 시작됐다. 프랑스는 20세기 초에 교잡육성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절화용으로 사용하는 품종의 토대가 됐다.
일본은 수입종을 모체로 교잡 육종을 계속해 유명한 절화용 홑꽃을 계속 육성했다. 겹꽃의 품종 육성에도 힘을 기울인 구주농시의 사꾸라이는 레인보우 등 품종을 육성 발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겹꽃 종자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및 미국 등으로 수출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 처음으로 거베라 재배가 시작됐다. 1992년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인력이 보강돼 화훼류 품종 육성사업이 사작됐다. 유전자원 수집, 평가, 육종기술 축적 등에 주력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하모니 등을,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 문비치 등,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서 퍼플프라이드 등 모두 100여 품종을 개발・보급 중이다.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국산 거베라 위용
국산 거베라는 소비 시장 트렌드를 겨냥한 품종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모양과 크기도 선호하는 흐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가운데 페더핑크, 옐로우윙, 샤이핑크, 스노우드림 등이 대표 품종으로 꼽힌다.
페더핑크는 2020년에 육성된 품종이다. 갈색 화심을 지닌 아이보리색 미니 겹꽃형 거베라다. 꽃잎 끝에 분홍색을 띠고 있어 꽃잎이 마치 깃털처럼 생겨 ‘Feather Pink’라 명명했다. 꽃 크기는 7.5cm로 미니 타입에 속한다. 가정용, 꽃꽂이용으로 개발된 품종이다. 은은한 아이보리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다른 꽃들과 조화가 잘 이뤄진다.
송 연구사는 "주산지 김해 농가에서 시범재배를 실시한 결과, 생육이 왕성하며 정식을 하고 나서 뿌리 활착이 잘 되어 재배하기에 용이하다는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옐로우윙은 2007년에 육성된 품종이다. 녹색 화심을 지닌 노란색 스파이더형 거베라다. 꽃 크기는 10.6cm 정도로 화형이 안정적으로 발현된다. 옐로우윙은 꽃대 직경이 크고 단단하며 곧게 자라 재배 및 유통에 있어서 용이한 장점을 지녔다. 가정용, 꽃꽂이용 소비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화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스파이더형 ‘옐로우윙’ 품종을 찾는 농가가 차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샤이핑크는 2016년에 육성된 품종이다. 갈색 화심을 지닌 연분홍색 반겹꽃 대륜 거베라다. 꽃 크기는 12.4cm 정도로 크다. 화형이 안정적으로 발현되고 다수성 품종이다. 화환용으로 쓰는 대륜 거베라의 경우 주로 색감이 화려하고 선명한 색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파스텔톤 색상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샤이핑크’ 품종이 농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또 꽃대가 곧은 특성으로 수확 후 철사를 끼우는 등 작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노우드림은 2019년에 육성된 품종이다. 녹색 화심을 지닌 백색 반겹꽃 대륜 거베라다. 거베라는 한 농가당 10품종 내외 다양한 색상의 품종을 섞어 한 상자에 모아 출하한다. 이 때문에 색상 구색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송 연구사는 “스노우드림은 기존 국산 품종에는 없던 색상이다. 농가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라며 “꽃 크기는 12.4cm 정도로 크다. 화형이 안정적으로 발현되는 특징이 있다. 백색 꽃에 대한 시장 수요가 많아서 스노우드림은 단일 품종으로 출하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10월 20일 [新농사직썰㊿]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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