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출장으로 늦게 보고받았다는 IRA 대응 실상

2022. 10. 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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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진 외교, 주미대사관 보고 1주일 뒤 봐


반도체 수출통제, 같은 실책 반복 말아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한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정부 간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왔다고 어제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협의 결과에 따라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한국산 전기자동차 수출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뒤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IRA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동맹국 배려의 뜻을 표시한 바이든의 친서는, 만일 한국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신속히 대응했더라면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풀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 셈이다.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응 실태는 엊그제 국정감사에서 그 일단이 드러났다. 미국 IRA 법안 초안이 공개된 것은 7월 27일이다. 초보적 보고에 이어 8월 4일 전기차 세액공제 개편안과 관련된 주미대사관의 심층 보고가 외교부로 들어왔다. 이 또한 빨랐다고 할 순 없지만 문제가 심각한 건 그 전문이 접수되고 난 다음의 일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감에서 “그때(8월 4일)는 캄보디아 출장 중이어서 보고받지 못했다”며 “중국 출장(8월 8∼10일) 중 보좌관으로부터 (구두로) 보고받고 (귀국한 뒤인) 8월 11일 서면 보고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법안이 상원을 거쳐 하원 통과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야 외교부 장관은 보고서를 봤다는 얘기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전파되는 시대다. 해외 출장 중이어서 중대한 국익이 걸린 사안을 제때 보고받지 못했다는 해명에 납득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실무자부터 장관까지 사안의 긴급성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느슨했고, 그것이 초기 대응의 황금시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건 해당 전문을 동시에 전파받은 산업자원부와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전화 통화 및 박진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회담에서 IRA 문제를 꺼내보지도 못한 이유가 이로써 설명된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 입법으로 인한 파장은 전기차뿐 아니라 반도체로 번질 것이 확실시된다. 보도에 따르면 수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반도체 가운데 미국 설계나 장비를 이용해 만든 제품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해외 직접생산품 규칙(FDPR)’이 시행될 것이라고 한다. 생산량의 40%를 중국에 파는 삼성·SK에 직격탄이 된다. 머뭇거리다가 당한 건 한 번이면 족하다. 정부는 IRA 대응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반도체 분야에 닥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역량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한다. 바이든의 친서는 그런 노력이 얼마든지 미국 정부와 의회에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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