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사일 낙탄 계기로 군사재난 매뉴얼 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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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재난문자 없이 8시간 뒤에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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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2 낙탄 원인도 조사해 재발 막길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이 지난 4일 밤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 두 발 중 한 발이 낙탄해 강릉 지역 주민들이 밤새 불안에 떨었다. 미사일이 기지 내로 떨어지고 탄두가 폭발하지 않아 다행이지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사진과 영상이 오르고, 소방당국에 “폭탄 소리가 나고 섬광이 보인다” 등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긴급 출동한 소방당국은 군부대 측으로부터 “훈련 상황”이라는 안내만 받고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 8시간여 동안 군은 물론 소방당국은 재난문자나 관련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사이 강릉시청·소방서 등에는 화재 원인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온라인에 ‘8명이 실종됐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식도 올랐다. 어제 오전 7시쯤 미사일 낙탄이 있었다는 군의 설명이 있자 “왜 지난 밤 일을 이제야 알리는지 모르겠다”는 항의가 거셌다.
북한의 도발에 군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민간 지역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는 미사일의 낙탄 사고 사실을 지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다. 군이 행정·소방 당국에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임을 알렸는데도 관련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 밝혀야 한다.
낙탄 사고를 계기로 군사적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민방위 매뉴얼과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 일본의 경우 북한이 발사한 IRBM이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하자 주민 대피 경보를 발령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긴급 일시 피난시설’로 한 명당 0.825㎡의 공간을 콘크리트 건물이나 지하도 등에 지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올해에만 23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민간인들을 위한 경보 및 대비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에 우리 정부와 군은 안보 불감증은 물론 군사적 안전 불감증을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날 훈련은 북한이 5년 만에 괌까지 타격 가능한 IRBM을 발사한 데 따른 한·미 연합 대응조치의 일환이었다. 특히 현무-2 미사일은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에서 핵심 전력으로, 북한 모든 지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위력을 앞세워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낙탄 탓에 효과가 반감된 측면이 있다. 이번 사고가 미사일 자체의 결함인지, 통제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훈련 부족 때문인지 명확하게 밝혀 북한의 도발 억제 및 전력 강화를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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