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협동로봇 '날개'..테스나 인수도 好好

김경민 2022. 10. 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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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주가 30% 오른 비결

미국 금리 인상, 글로벌 금융 시장 혼돈 등 악재로 국내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 주가는 날개를 달면서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 주가가 날개를 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공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 제공)

▶㈜두산 주가 날개

▷협동로봇 사업 ‘글로벌 톱5’ 도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 주가는 최근 9만원에 근접할 정도로 뛰었다(9월 27일 종가 8만5400원). 7월 27일 주가가 6만74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달 만에 30%가량 오른 셈이다. 이후 코스피 추락으로 ㈜두산 주가도 약세를 보였지만 머지않아 10만원 고지를 향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두산 주가가 날개를 단 것은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 등 자회사 핵심 사업이 성장하면서 실적이 좋아진 덕분이다.

협동로봇 사업을 하는 두산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두산이 지분 90.91%를 보유한 자회사로 2018년부터 줄곧 국내 협동로봇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협동로봇 사업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 지주부문 회장 시절부터 수소연료전지와 함께 대대적으로 육성한 사업이다.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말 경기도 수원에 연간 1만여대 협동로봇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준공했다. 10개 모델 양산에 성공해 전 세계 협동로봇 업체 중 가장 많은 라인업을 확보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를 설치해 작업자와 따로 분리된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 하지만 협동로봇은 펜스 없이 작업자 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업자와 함께 업무를 분담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작고 가벼워 이동이 용이하고 제조 라인 배치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두산의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안전한 협업을 보장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충돌 감지력을 자랑한다. 오차범위 ±0.03㎜의 반복 정밀도를 보유한 데다 각 축에 탑재된 고성능 토크센서를 통해 사람 손재주가 필요한 섬세한 작업도 가능하다. 가장 큰 모델의 경우 최대 25㎏까지 들어 올릴 수 있고, 작업 반경은 최대 1.7m다. 다양한 중량의 물품을 동시에 운반하거나 ‘팔레타이징(물건을 팔레트에 적재하는 작업)’도 가능해 물류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 플라노에 ‘두산로보틱스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최근 미국 뉴잉글랜드주 기계유통·판매 업체인 IAS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독자적인 토크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협동로봇 품질을 높인 덕분에 북미, 서유럽 등 해외 판매 비중이 70%로 늘었다. 덕분에 국내 협동로봇 기업 최초로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로보틱스의 로봇 사업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두산이 로봇 관련주로 편입돼 향후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주목받는다. DMI 연구진은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수소 드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드론용 수소연료전지팩을 장착한 덕분이다. 기존 배터리(리튬이온전지) 드론은 10~30분 정도 비행이 가능한 반면, 수소 드론은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3~4배 높아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게다가 배터리는 충전 시간이 60~90분으로 길고 100회 이상 충전, 방전 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에 비해 수소연료전지는 10분 이내에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데다 1000시간 넘는 긴 수명을 보장한다. 덕분에 수소 드론은 장시간 비행 수요가 많은 인프라 점검, 광산 현장 관리,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또 다른 자회사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은 도심형 물류센터 구축에 쓰이는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한다. 최근 노르웨이 물류 자동화 시스템 기업 오토스토어의 큐브형 스토리지 시스템 공급에 나섰다. 큐브형 스토리지 시스템은 높은 공간 효율이 필요한 도심형 물류센터와 대규모 물동량 처리를 해야 하는 이커머스 물류 구축에 주로 쓰인다. 적재 밀도가 높아 공간 효율성이 우수하고 입출고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물류센터 수요가 늘어 DLS의 물류 자동화 솔루션 매출도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두산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발굴도 성과를 내왔다. 지난 3월 반도체 기업 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전격 진출했다. 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제조 후 진행되는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국내 웨이퍼 테스트 분야 시장점유율 1위로 지난해 매출 2076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했다.

웨이퍼 테스트는 반도체 칩이 새겨진 원형 웨이퍼를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납품받아 전기, 온도, 기능 테스트를 진행해 양품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주요 고객사다. 두산그룹은 신성장동력인 반도체 사업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테스나를 ‘글로벌 톱5’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다.

자회사 성과에 M&A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두산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조3494억원, 영업이익은 3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1%, 40.4% 증가했다. 3분기 전망도 밝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두산의 3분기 영업이익은 30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날 전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이 커지는 데다 최근 인수한 테스나 실적이 반영되면서 두산 영업이익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등 다른 자회사들도 내년 흑자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열사도 날개

▷두산에너빌리티 턴어라운드 기대

지주사 ㈜두산 주가가 날개를 단 것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두산그룹 턴어라운드 기대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월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긴급 운영자금 3조원을 조기 상환하면서 2020년 3월 이후 23개월 만에 비로소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두산그룹은 클럽모우CC 매각을 필두로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두산모트롤BG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떠나보내며 자구안에 속도를 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덕분에 두산에너빌리티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8908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6458억원에 달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당기순이익 흑자로 돌아선 것은 2013년(187억원) 이후 8년 만이다.

여세를 몰아 올해도 8조9000억원의 공격적인 수주 목표를 앞세웠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뿐 아니라 해상풍력, 수소, 가스터빈까지 포함한 4대 사업을 앞세워 공격 경영에 나섰다. 때마침 윤석열정부가 원전 르네상스 부활을 강조하면서 원전 실적이 높아져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무난히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정원 회장이 이끄는 국내 최장수 기업 두산그룹이 악재를 딛고 또다시 성공 신화를 써갈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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