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호황 막 내리나.."한 번에 최소 40만" 이러니 떠날 수밖에
회원권 시세 하락은 골프 산업이 정점을 찍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주장에 힘을 실리게 만들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슈퍼 호황을 누렸던 골프 성장세가 꺾이는 장면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성장세를 이끌었던 젊은 세대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천에 위치한 A골프장 대표는 최근 2030세대 고객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숫자로 확인했다. 그는 “2020~2021년 대비 2022년 젊은 층의 부킹 건수가 10% 이상 감소했다”고 분위기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부동산과 증시 추락 등 자산 시장 침체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 수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가벼워진 지갑에 골프장의 높은 그린피를 감당하기 만만치 않아졌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내년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며 2030세대가 주머니를 더욱 닫는 분위기다.
30대 직장인 김 씨는 2020년 주식으로 수천만원대 이익을 냈다. 스크린골프만 즐기던 그는 친구들과 월 2회 정도 골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투자금이 반 토막 났다. 그는 “투자로 돈을 벌 때는 수익으로 골프를 치니 크게 아깝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손실이 커진 이후에는 취미로 골프를 즐기기가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부킹도 골프 인구를 감소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골프장 부킹은 ‘로봇끼리의 전쟁’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부킹 경쟁이 너무 치열해 ‘자동화 프로그램’ 일명 ‘매크로’를 활용해야만 그나마 부킹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대중제 골프장은 예약 가능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1분 내 부킹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매크로를 활용해 부킹을 한 뒤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사례도 허다했다. 이런 ‘불공정’이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줬다는 평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국내 골프 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해외여행이 물꼬를 트며 저렴한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생겨났다. 해외여행이 본격화하면 국내 골프 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골프장 M&A도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매도 호가는 홀당 100억원 이상일 정도로 여전히 높지만, 실제 매매 건수는 없다는 게 M&A 업계 얘기다.
골프 산업 피크아웃 주장과 함께 골프 관련 기업 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때문에 골프에서 다른 아웃도어 스포츠로 무게 추를 옮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골프에 집중하던 스포츠 업체들은 새로운 아웃도어 트렌드로 떠오르는 테니스를 주목하고 있다. 휠라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최근 조직을 개편하며 ‘테니스 프로젝트팀’을 신설했다. 테니스 관련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성장하는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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