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골린이 이탈..골프채 매물 급증

박수호, 윤은별 2022. 10. 5. 22: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로 본 골프장 피크아웃 징후
기업 긴축 경영 확산..법카 고객 '뚝뚝'

9월은 골프 최성수기다. 특히 추석 전후는 골퍼들이 대거 몰리는 때다. 물론 제주도 역시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그런데 전년과 달라진 풍경이 있다. 퍼블릭 골프장 예약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점이다.

골프 애호가 A씨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기에 왔을 때 퍼블릭 골프장 예약까지 풀부킹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혹시 골프붐이 꺼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는 데이터에서도 이미 감지된다. 제주도가 발표하는 골프장 내장객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비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내장객 증가율은 4.4%였다. 외지인(제주도민 외), 외국인만 놓고 보면 6.1% 증가했다. 그런데 외지인, 외국인의 월별 내장객 수 통계를 보면 양상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겨울철인 올해 1~2월만 해도 월별 내장객 수는 12만~13만명에 달했다. 2021년 1월 약 6만명, 2월이 11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여전한 듯싶다. 그런데 골프 성수기인 5~6월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5월 내장객은 22만여명, 6월도 약 20만여명이었다. 그런데 올해 5월에는 20만명, 6월에는 17만명대로 그 기세가 한풀 꺾였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올해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보면 골프 내장객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어 성수기인 가을에도 각 골프장마다 파격가를 내세우는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골프 산업이 ‘피크아웃’에 접어들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급 골프장으로 꼽히는 남부CC의 회원권은 한때 26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최근 20억원대 초반까지 가격이 내려앉았다. (남부CC 홈페이지 갈무리)

▶1. 황제 회원권이 흔들린다

▷이스트밸리 23억→17억 털썩

‘코로나에 몸값 높아진 골프장 회원권…남부CC 20억원 첫 돌파’.

지난해 12월 초 매일경제 기사 제목이다. 남부CC 회원권이 지난해 11월 말 20억원에 거래됐다. 2020년 초만 해도 8억3000만원대였는데 코로나19 여파로 2년 만에 140%가량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이스트밸리CC 회원권 가격도 지난해 초 14억원대에서 연말 20억원대까지, 가평베네스트 회원권은 연초 6억3000만원에서 연말 12억7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이후 9개월이 지났다. 상황은 반전됐다. 이스트밸리CC 회원권 가격은 9월 기준 17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6월 한때 23억원까지 거래됐던 회원권이다. 남부CC도 26억5000만원을 정점으로 최근 20억원대 초반에 매물을 내놓은 회원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에이스회원권 회원권지수(에이스피)만 봐도 이런 피크아웃 조짐은 뚜렷하다.

올해 6~7월까지만 해도 회원권 시세는 최근 10년래 역대 최고점(1360)을 찍었다. 하지만 8월 1346, 9월 1320대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다.

에이스회원권 관계자는 “5억원 이상 초고가 회원권이 시세 하락을 이끌고 있다. 경기 동향이 심상치 않은 만큼 전통 인기 회원권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 연말 경기 전망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가장 변수”라고 말했다.

▶2. “싸게 치세요” 그린피 인하 행렬

▷감곡CC, 고창CC 등 줄줄이 내려

“요즘에는 평일 풀부킹이 쉽지 않아 긴장하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상반기부터 그린피를 2만~3만원씩 낮추고 있습니다. 비인기 시간대에는 5만원 이상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걸고 있는데 그나마 낙폭이 커야 반응이 바로바로 오더군요.”

수도권 퍼블릭 골프장 한 임원 얘기다. 지방 골프장은 더하다. 충북 일부, 전북권 소재 골프장은 10만원 아래 그린피를 제시하는 곳도 나왔다.

물론 여전히 일부 경북권 골프장이 하반기 들어 그린피를 올려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다. 올해 7월 그린피를 인하한 골프장만 감곡CC, 고창CC, 골프클럽Q, 골프존카운티(감포·경남·구미·무주·사천·선운·순천·안성H·안성W·오라·진천·천안·청통·화랑), 드래곤레이크CC, 노스팜CC, 떼제베CC, 라싸CC, 로얄링스CC, 리앤리CC, 블루원(상주·용인) 등 상당수다.

현장 분위기만 이런 것이 아니다. 데이터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뚜렷하다. 카카오VX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그린피 인상률 증가폭이 계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봄 성수기 이후 하계 시즌 그린피 인하폭이 지난해보다 올해가 확실히 크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골프 카테고리 중고용품 거래액 증가율은 144%에 달한다. 사진은 번개장터에서 ‘골프’를 검색하자 23만건 이상의 매물이 검색된 모습. (번개장터 홈페이지 갈무리)

▶3. ‘당근’에 중고 골프채 매물 급증

▷번개장터 상반기만 144% 증가

“혹시 당근?”

“네. 타이틀리스트 골프 캐디백 맞죠?”

“맞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못 치겠더라고요. 잘 쓰세요.”

최근 중고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구력 12년 차 40대 대기업 직원 B씨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에서 골프 용품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나온 지 6개월도 안 된 신상도 다수다. 거래에 나온 상대편은 30대 초반, 일명 ‘골린이(골프 + 어린이)’ 같았는데 골프가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고 하는데 경기는 안 좋아지고 해서 그만두려 한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도 데이터에 일부 잡힌다.

골프 중고용품 매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골프 카테고리 증가율(거래액 기준)은 144%, 골프채 171%, 골프 의류 113%, 기타 골프 용품 31%를 기록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 연구소장은 “지난해 부쩍 늘어났던 2030세대 골퍼들이 경기 침체 여파로 이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조짐으로 읽을 수 있다. 애초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저연령층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중장년층의 이용 빈도가 늘어났다. 중장년층이 2030세대가 내놓은 중고 골프 아이템을 흡수하는 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 진짜 2030 이탈하나?

▷검색량 ‘뚝뚝’ 유입 인구 둔화

앞서 번개장터 분석을 바탕으로 실제 ‘2030 엑소더스’가 ‘진행형’인지 데이터를 뒤져봤다. 코로나19 기간 대거 유입된 2030 젊은 ‘골린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서서히 골프채를 놓고 있다는 가설이 유의미한지 보기 위해서다.

실제 많은 데이터가 이런 논리에 부합했다. 일단 2030세대의 골프 관련 검색량이 확 줄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19~39세의 골프 관련 키워드(골프, 골프장, 골프웨어) 검색량은 최근 2년 중 지난해 8월에 최고점을 기록한 뒤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올해 8월 기준 2030세대의 골프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예약 건수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골프 부킹 서비스 엑스골프에 따르면, 올 9월 수도권 지역 예약 건수 중 2030세대 비율은 지난해 대비 약 1.1% 낮아졌다. 최근 2~3년에 걸쳐 전체 예약 건수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해서 늘어난 것에 비하면, 2030 골프 인구 역시 ‘피크아웃’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프 열풍을 타고 나날이 성장하던 골프 앱 역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 중이다. 매경이코노미는 모바일인덱스에 의뢰해 카카오골프, 골프존, 프렌즈스크린 등 주요 골프 앱 17개의 최근 2년간 연령대별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추이를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젊은 골프족 신규 유입이 둔화되며 주요 골프 앱의 20대 MAU 성장률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주요 골프 앱 합산 MAU는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20~40%를 넘나들었다. 골프 열풍이 정점이던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 성장한 MAU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올 6월부터 성장세 둔화가 시작됐다. 올 6월, 7월의 전년 동기 대비 MAU 증가율은 각각 7.8%, 9.6%다.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 8월에는 증가율이 2.6%까지 떨어졌다.

다만 여전히 골프 시장의 주 소비자는 2030세대보다는 4050세대다. 이 때문에 2030세대 골프 인구 이탈이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거라는 반론도 있다.

엑스골프 관계자는 “2030세대 예약 비율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락 중이지만, 전체 시장을 두고 봤을 때 2030세대 예약의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면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4050세대다. 이들의 움직임이 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 법카 이용액 감소 추세로

▷기업 군살 빼기 돌입하면 골프도 타격

더불어 또 하나 눈여겨볼 데이터가 있다. 국내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연간 법인카드 사용액이다.

사단법인 한국골프소비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법인카드의 골프장 사용액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국내 골프장에서 쓴 법인카드 사용액이 1조9160억원에 달했다. 전체 골프장 매출액(6조9599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7.5%다. 코로나19 장기화 이전인 2019년에 비해 48.6%나 늘어난 액수다.

그만큼 국내 기업 관계자의 ‘골프 사랑’이 대단했다는 말이 된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내려올 일만 남았다고 볼 수도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각 기업이 투자는 줄이고 ‘비상 경영’을 선언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서천범 소장은 “기업 긴축 경영은 법인카드 사용 빈도를 낮출 것이고, 골프장 내장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에 둔감한 법인카드 고객이 줄어들면 그린피 역시 더 떨어질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