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바다 속 황금빛 들판과 고석정 '꽃대궐'

남호철 2022. 10. 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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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오르고 꽃밭 거닐며 강원도 철원의 가을 속으로
강원도 철원의 소이산에 올라 북쪽으로 바라본 모습. 추수 전 황금빛 철원평야를 덮은 안개와 구름이 아침 햇빛을 받아 인상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철원평야는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동송읍·갈말읍·김화읍·서면·근북면과 평강군 남면 등에 걸쳐 방대하게 자리하고 있다. 면적 650㎢, 해발고도 200∼500m, 평균 높이 300m이다. 신생대 제4기의 현무암 분출로 형성된 용암대지 상의 평야이다. 황금빛으로 물든 철원평야만 봐도 배가 부르다. 여기에 고석정 꽃밭의 꽃물결은 장관이다.

철원평야는 크게 북쪽 재송평(裁松坪)과 남쪽 대야잔평(大也盞坪)으로 이뤄진다. 철원평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소이산(362m)이다. 소이산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리였다. 산꼭대기에는 고려시대 외적의 출현을 알리던 봉수대가 있었다. 6·25전쟁 이후 군부대가 주둔한 흔적도 남아 있다.

정상에 서면 백마고지, 김일성고지, 낙타고지 등 6·25전쟁 당시 최대의 격전지였던 ‘철의 삼각지대’(철원-평강-김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재송평 일대는 6·25전쟁 전 옛 철원의 시가지가 있었던 곳이다. DMZ에는 궁예의 태봉국 도성 흔적이 남아 있다. 수천만 년 전 중심분출이 일어났던 북한 지역 평강군 화산·오리산이 들판 한가운데 봉긋하다.

바로 앞에는 반듯한 논이 칸칸마다 누런 벼들로 가득 차 황금빛 물결을 이룬다. 너른 들은 마치 천 조각을 이어 놓은 누비이불 같다. 논둑이 만들어낸 곡선도 아름답다. 이른 아침에는 안개에 싸여 더욱 황홀한 풍경을 자아낸다.

소이산에서 새우젓고개로 이어진 곳에 동주산성이 있다. 높이 약 360m 내외의 봉우리 2개의 8부 능선을 둘러싼 포곡식(包谷式)으로 축조된 토석혼축(土石混築) 산성이다. 북서-남동 방향으로 긴 땅콩 모양을 하고 있다. 전체 길이는 591m이고 둘레는 800m이다.

새우젓고개 바로 옆 수도국 터 급수탑.


새우젓고개는 철원읍 관전리에서 율이리로 가는 길목이다. 임진강과 한탄강의 뱃길을 따라 올라온 새우젓 장수들이 철원 장날에 맞춰 내다 팔기 위해 넘던 고개라는 데에서 유래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남쪽으로 통하는 주민들의 이동로였으며, 6·25전쟁 때는 고개를 통과하던 피란민들이 인민군의 협공을 받아 몰살당한 곳이기도 하다. 새우젓고개 인근에 일제강점기 철원읍 시내에 상수도를 공급하던 철원 수도국 터 급수탑이 남아 있다. 철원 수도국은 당시 강원도 내 유일의 상수도 시설이었다.

소이산과 동주산성에서 철원노동당사가 내려다보인다. 광복 직후 1946년 철원군이 소련군정 치하에 있을 당시 세워진 조선노동당 철원당사 건물이다. 6·25전쟁 전까지 북한이 철원·김화·포천·이북의 평강 일대를 관리하던 당사로 사용했다. 소련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6·25 당시 폭격을 받고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다. 곳곳에 박힌 총탄 자국이 상흔으로 남아 있다.

바로 앞 길을 건너면 새롭게 생긴 철원역사문화공원이다. 1930년대 전후 번성했던 철원의 옛 시가지 모습을 복원해 놓은 곳이다. 철원역과 철원공립보통학교, 철원금융조합, 강원도립철원의원, 우편국, 영화관, 의상실, 약국 등 철원 근·현대사에 실존했던 건물들이 세워져 있다.

6·25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백마고지 전적지.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해발 395m의 백마고지 전적지는 6·25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다. 1952년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국군 제9사단과 중공군 제38군 3개 사단이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 파란 하늘을 향해 펄럭이는 태극기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백마고지 전적비’가 나온다.

장흥리 고석정 인근에 조성된 ‘고석정 꽃밭’의 불꽃맨드라미가 다채로운 색상으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장흥리 고석정 인근에 ‘고석정 꽃밭’이 조성돼 있다. 군부대 포사격장이었던 곳을 2016년부터 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50여일간 개장하는 24㏊ 규모의 꽃밭이 ‘가을꽃’으로 단장해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7140㎡) 33개를 합쳐 놓은 크기란다.

보랏빛 버베나(마편초)부터 코스모스, 불꽃맨드라미, 가우라, 천일홍, 백일홍, 해바라기, 댑싸리, 억새, 핑크뮬리 등이 ‘꽃대궐’을 이루며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올해 야간에도 꽃구경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조명이 설치돼 신선한 가을밤의 운치를 선사하고 있다.

고석정 꽃밭 내 1.2㎞ 코스를 운행하는 깡통열차.


고석정 꽃밭의 대표적인 즐길 거리는 깡통열차다. 꽃밭 잔디광장에서 출발해 1.2㎞ 코스를 운행하고 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을 비롯해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행메모
모노레일 타면 쉽게 소이산 정상 입장료 일부 철원 상품권 증정

동주산성은 동송읍에서 국도 87호를 타고 북쪽으로 4.1㎞ 이동한 뒤 월하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백마고지 방향으로 1㎞ 이동한다. 노동당사 100m 앞에서 좌회전해 수도국 터 옆 대전차 장애물에 주차한 뒤 걸어서 400m 이동하면 나온다.
철원역사문화공원과 소이산을 오가는 모노레일.


소이산 전망대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 길’을 따라 15~20분 정도 걷거나 최근 운영에 들어간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이다. 철원역사문화공원 내 ‘철원역’에서 8인승 모노레일 4대가 왕복 1.8㎞ 구간을 분당 55m, 최대 70m 속도로 오간다. 상부 승하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5분 이내 거리다. 탑승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매표 시 각각 3000원, 2000원, 1000원 상당의 ‘철원사랑상품권’을 증정한다.

고석정 꽃밭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다. 길 건너편에 대규모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올해부터 꽃밭 입장료가 부과된다. 일반 성인 기준 6000원이다. 입장료의 50%인 3000원이 철원사랑상품권으로 교환된다. 상품권으로 철원지역에서 식사와 함께 농·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철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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