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실세 유병호 "무식한 소리"..또 터진 문자파동 잔혹사
여권에서 또다시 문자 파동이 터졌다. 이번 주연은 감사원의 실세라 불리는 유병호 사무총장이다. 5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유 사무총장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보내다 언론에 포착됐다.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 이날 오전 한 언론사에서 서해 피살 공무원 감사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 절차 위반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무식한 소리”라고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감사원과 대통령실은 “기사 질의에 대한 답변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 수석 업무에 국정홍보가 포함돼 있고, 유 사무총장의 문자는 감사원 관련 언론 보도 문의에 대한 답변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정치적으로 해석할 만한 어떠한 대목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해 감사는 6월에 시작했고 이 수석은 8월 말에 임명됐는데 (야당의 주장처럼)무슨 기획감사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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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문자 노출에 野총공세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청 논란이 터진 뒤에 공개된 문자라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특히 야당에선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듯 총공세를 퍼부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사냥개를 자처한 감사원의 목줄 쥔 이가 드러났다”며 감사원의 배후로 대통령실을 지목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사원이 정치보복 일선에서 대통령실을 배후에 두고 돌격대 역할을 하는 게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도 “꼬리가 밟혔다. 이제 윤 대통령이 답하라”고 적었다. 고민정 최고위원 겸 당 외교참사·거짓말대책위원회 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감사원과 대통령실의 검은 유착”이라고 몰아붙였다.
여당은 야당의 주장에 “감사원과 대통령실의 정상적인 업무를 정치공작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엄호에 나섰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을 비호하려다가 한 발이 수렁에 빠지자 지푸라기도 잡아서 빠져나오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여당만큼이나 감사원도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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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감사원 “정면대응 지시”
지난 3일 감사원의 조사 요청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 반발한 문 전 대통령의 언급이 공개된 뒤, 감사원은 두 번에 걸쳐 장문의 참고자료를 냈다. 전직 대통령도 감사원 조사를 받은 전례가 있고, 조사 절차도 건너뛰지 않았다고 밝힌 내용이었다. 문 전 대통령 조사의 정당성을 피력하며 사실상 야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었다.
이날 서해 감사의 적법절차를 지적한 언론 보도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반박문을 냈다. 모두 “정면 대응하라”는 유 사무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정기획수석실은 감사원 업무와 전혀 관련이 있는 곳이 아니다”며 사전교감설을 재차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감사원에 감사 업무와 관련해 사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권 안팎에선 또 한 번 터진 ‘문자 파동’을 답답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수석이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된 것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였다. 게다가 유 사무총장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도 자필 메모가 찍혀 구설에 오른 이력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유 사무총장은 야권의 타깃이 된 인물이라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감사 스타일처럼 너무 거침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태인·김준영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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