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5] 중소형교회의 ESG실천

전병선 2022. 10. 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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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16장 10절에서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말씀을 제자들에게 들려주신다. 이 말씀은 우리가 외형적으로 판단하는 숫자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데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임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이러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ESG경영의 공급망관리와 유사하게 연결될 수 있다. 공급망 상의 모든 실체가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ESG경영의 진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공급망은 말씀과 성령의 공급망이다. 말씀과 성령의 공급망이 건강하게 작동되려면 중소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지속적인 디지털화와 초연결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치사슬의 최종목적지인 다양한 개인 소비자 삶의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궁극적 가치를 전달하는 중소물류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ESG경영을 평가하는 MSCI나 S&P Dow Jones 등의 기관에서도 기업의 ESG성과를 평가할 때 가치사슬 내의 중소협력업체와의 협력 여부와 관리체계의 실효성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기독교 공동체의 위기는 이런 변화를 신속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의 개교회 중심 목회의 특성상 대형교회와 중소형교회의 협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일부 대형교회와 교단 차원에서 진리의 말씀을 전파하고 선교적 사명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중소형교회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여러 중소형교회에서 신약시대 교회 공동체에 주신 계명인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실천을 위한 전략으로 ESG 목회를 채택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어떠한 방식으로 실천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왔고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교회 공동체가 ESG경영에서 그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교회는 신앙의 본질을 고수하면서도 변화하는 사회질서와 문화, 환경에 대처하고 모든 민족과 세대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에는 위로부터의 변화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루어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중소형교회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공동체의 상황과 서로 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인생 여정의 파트너로서의 교회의 역할은 대형교회가 할 수 없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사역이다. 교회의 고객은 모든 인류이다. ESG경영에서와 마찬가지로 교회의 일차적인 이해관계자는 교회공동체의 구성원인 성도들이다. 성도들에게 올바르고 균형 잡힌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첫 번째 사명이며 두 번째 중요한 사명이 바로 잠재적인 말씀의 소비자에 해당하는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이다. ESG경영에서 선한 영향력의 확산은 임팩트(Impact 또는 Influence)로 표현된다. 기업 또는 공동체의 선한 영향력이 더 넓은 범위의 이해관계자와 사회적으로까지 확산하는 단계를 말한다. 교회 공동체의 이해관계자는 좁게는 현재의 성도와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 넓게는 미래세대를 포함하는 전 인류 더 나아가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관리하도록 맡기신 자연계에까지 그 개념이 확장되는 것이다.

세계역사를 보아도 변화와 혁신은 그 필요성을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되는 비주류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교단과 대형교회에서 하지 못했던 혁신을 중소형교회에서 먼저 시작할 시점이 된 것이다. 중소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유리되어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특히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있다면 그들을 위한 중보기도와 가능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전략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의 수많은 ESG경영 사례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선교적 사명을 지혜롭게 실천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중소형교회가 ESG경영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교회의 가치는 교회의 크기나 교인 수 같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어떻게 지혜롭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수립과 실행이라는 무형자산이 더 중요하게 되었음을 누가복음 16장 10절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교회가 걸어왔던 쇠퇴의 역사는 대형교회가 많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중소형교회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한 일들의 귀중함을 기독교 공동체가 잊어버린 순간 쇠퇴의 길은 재촉될 것이다.

생산된 물건을 최종적인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다운스트림에서 발생하는 ESG이슈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면서 중소물류업체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ESG경영의 관점에서 중소형교회는 진리의 말씀을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중소형 물류회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대형교회에 비교해서 리테일(retail)단계에서 말씀 공급망의 탄력성을 개선하고 높은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소형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건강한 실핏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제 중소형교회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같이 효율성을 추구하고 조직과 자원을 동원하여 복음을 전하는 대형교회와 교단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대형교회를 통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절망하고 자신의 가치를 낮게 볼 것이 아니라, 중소형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준비하는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다음 회, ESG평가와 교회)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및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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