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1.4나노'戰 ..주목받는 '슈퍼 乙' 기업(종합)
초미세공정 성패 EUV 장비에 달려
ASML과 거래 확대 변수로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1.4나노미터(nm·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이다.
통상 7나노 이하 공정을 가리키는 '초미세공정'의 성패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UV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아주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도록 해주는 장비인데, 미세회로는 반도체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의 1.4나노 발언에 네덜란드 장비 회사인 ASML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것이다. 초미세공정을 하려면 EUV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ASML과 거래를 확대해 EUV 장비를 한 대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를 개최하고 2025년까지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의 양산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1.4나노 양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획대로라면 3나노에 이어 또 한 번 경쟁자인 대만 TSMC를 제치고 최선단 공정 기술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1.4나노 선언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는 미래 1.4나노 영역에서 치열하게 맞붙게 될 전망이다. TSMC는 올해 선제적으로 3나노 공정 개발진을 1.4나노 공정 개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 440억달러를 추가 투입해 1·2나노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초미세공정 경쟁을 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 작으면서도 성능이 좋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반도체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하나의 웨이퍼에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들어야 제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 반도체를 구매하는 고객사들은 크기가 작으면서도 전력 소모가 작고 더욱 빠르게 정보처리가 가능한 반도체를 원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되는 EUV 장비 수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ASML은 매년 40~50대 정도만 장비를 만들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총 42대를 만들어 대만으로 44%, 한국으로 35%를 판매했다. EUV 장비를 몇 대나 추가로 확보하는지가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 및 생산력으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ASML이 '슈퍼 을(乙)'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상적으로 장비업체가 반도체 제조업체에 장비를 납품해야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EUV 장비를 한 대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 펫 겔싱어 인텔 CEO 등이 직접 네덜란드로 날아가 장비를 달라고 읍소할 정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6월 네덜란드를 찾아 내년 이후 출시 예정인 하이뉴메리 EUV와 올해 생산되는 노광장비 도입 계약을 맺고 돌아온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필두로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EUV 장비를 바탕으로 한 기술 초격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 이하로 정체돼 있다. 점유율이 50%를 넘는 TSMC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정해진 납기 일정에 약속된 품질의 반도체를 차질 없이 공급하는 신뢰가 중요한 만큼,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TSMC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결국 초미세공정에서 앞서 나가야만 TSMC의 기존 고객들을 빼앗아 올 수 있는 셈이다. 현재 TSMC는 EUV 장비를 100대 넘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수십 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EUV 장비를 도입하고 있어 반도체 기업들의 ASML 사랑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D램에서도 고성능·초소형 반도체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EUV 기술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D램 생산에 EUV 기술을 도입한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 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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