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 17억 세금 넣은 팩트체크넷 소유권, 민간 넘겼다

손국희 2022. 10. 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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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가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세금을 투입해 탄생시킨 ‘팩트체크넷’의 플랫폼 소유권을 방통위가 아닌 민간 위탁 수행기관(간접 보조 사업자)이 가져간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사업 공모 단계에서는 소유권이 방통위에게 있다고 적시됐는데, 이후 위탁 수행기관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팩트체크넷은 방통위 예산 지원을 받아 시민과 전문가가 정보를 검증하는 플랫폼이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팩트체크넷에 집행된 예산은 2020년 2억6300만원, 2021년 8억4000만원, 2022년 6억1400만원 등 3년간 총 17억 1700만원이다. 9개 언론사의 기자와 시민 팩트체커가 활동 중이고,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여당 측은 그간 “가짜뉴스를 걸러낸다면서 여권에 불리하고 야권에 유리한 편향적 태도를 보인다”고 팩트체크넷을 비판해왔다. 지난 7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한상혁 위원장이 팩트체크넷을 만들어 우리 당 주장은 다 거짓이고 민주당 주장은 사실이라고 올린다”고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팩트체크넷은 문재인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 근절 일환으로 팩트체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탄생했다.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공동 출자로 비영리재단으로 출범했다. 사진 팩트체크넷 홈페이지 캡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인터넷 환경의 신뢰도 기반조성 사업 수행기관 공모’ 공고문(2020년 1월 13일 자)에 따르면 “사업 수행에 따른 산출물의 소유권은 방통위에 있음”이라고 적시돼 있다. 즉 팩트체크넷 플랫폼 소유권은 원래대로라면 방통위가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공고문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명의로 공지됐다. 방통위는 이후 산하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에 팩트체크 사업 주관을 맡겼다.

그런데 약 8개월 뒤인 2020년 9월 18일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위탁 수행기관인 방송기자연합회와 맺은 ‘위탁사업 협약서’에는 돌연 “사업 수행을 통해 산출된 저작권과 플랫폼 소유권은 수행기관(방송기자연합회)에 있다”고 뒤바뀌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이후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공동 출자해 ‘팩트체크넷 재단’을 설립했다. 당초 공고문대로라면 방통위의 소유여야 할 팩트체크넷 플랫폼이 8개월 뒤 협약에 따라 민간 재단에 넘어간 것이다.

2020년 1월 13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환경 신뢰도 기반조성 사업(팩트체크 사업) 수행기관 공고문'(상단)에 따르면 '사업수행에 따른 산출물의 소유권은 방통위에게 있음'이라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8개월 뒤 작성된 시청자미디어재단(보조사업자)과 방송기자연합회의 '위탁사업 협약서'에 따르면 '산출된 저작권과 소유권(플랫폼)은 수행기관(방송기자연합회)에 있다'고 달라졌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이후 한국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공동출자해 팩트체크넷을 출범했다. 자료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


윤 의원은 “3년간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지원 등 명목으로 세금 17억원이 투입된 팩트체크넷 소유권을 위탁 수행기관인 민간 재단이 가져간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향후 수행기관을 변경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아까운 세금을 다시 투입해 플랫폼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실 측은 “당초 공고대로 소유권을 방통위가 가지고, 관리·운영만 수행기관에 맡겨야 했다”며 “세금으로 만든 플랫폼 소유권을 넘긴 이유를 철저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9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팩트체크넷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기조 아래 탄생했다. 당시 방통위가 ‘인터넷 환경의 신뢰도 기반조성’이라는 명목으로 팩트체크 사업을 추진했고, 2019년 방통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이 요청해 관련 예산이 처음 편성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한 위원장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사업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이 사업 공모 당시 공고문에 어떻게 나갔는지 인지하지 못했다”며 “소유권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윤 의원실에 해명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관계자는 “사실관계와 정황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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