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정서'·'병맛 코미디' 드라마, 두드러진 제작진 면모
[김상화 기자]
▲ 지난달 30일 첫 공개된 '가우스전자'의 주요 장면 |
ⓒ 시즌, 올레TV, ENA |
각종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있어 웹툰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이를 원작 삼아 다양한 작품이 탄생되는 건 으레 당연한 일이 되었고 반대로 드라마 인기의 후광에 힘입어 뒤늦게 웹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웹툰 속 기발한 상상력은 영상을 통해 구체화되고 시청자들의 뜨거운 환호로 이어지곤 한다. 지난달 30일 토종 OTT 시즌(Seezn)을 통해 매주 금요일 마다 2회분씩 공개되는 <가우스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네이버 웹툰에서만 무려 8년(2011~2019년) 동안 장기 연재가 이뤄진 <가우스전자>는 가상의 다국적 문어발 기업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 소동극을 다룬 코미디물이다. 직장생활을 해본 적 없는 작가(곽백수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 있을 법한 소재에 과장된 화법의 B급+'병맛' 코미디를 탁월하게 버무렸다.
그런데 <가우스전자>를 드라마로 만든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장르 특성상 로맨틱 코미디나 스릴러류에 비해 각색할 경우 원작의 맛을 살리기 쉽지 않을 뿐더러 오피스물임에도 기존 매체용 드라마로서는 매력적인 작품은 분명 아니었기 때문이다.
▲ 지난달 30일 첫 공개된 '가우스전자'의 주요 장면 |
ⓒ 시즌, 올레TV, ENA |
<신병>(7월)에 이어 시즌이 내놓은 올해 두번째 오리지널 코믹 드라마인 <가우스전자>는 투트랙 전략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OTT 및 IPTV(올레TV) 선공개 후 다음날 케이블 채널(ENA) 방영을 택해, 폭넓은 계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단 지난주 공개된 1·2화는 <가우스전자> 속 핵심 인물들인 이상식 사원(곽동연 분) , 차나래 대리(고성희 분), 건강미 사원(강민아 분), 백마탄 사원(배현성 분) 등을 등장시켰다. 버림받은 부서이자 인력 대기 장소 수준으로 전락한 '마케팅 3부'의 웃픈 이야기가 하나 둘 소개됐다.
<가우스전자>는 친일파의 재산을 살짝 빼돌려 만든 가게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됐는데, 이런 역사를 토대로 이상식은 비공식 홍보 영상을 만들게 된다. 문제는 비공개 설정으로 만든 이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히게 된 것.
때마침 마케팅 3부로 좌천 발령된 배수진 부장(윤박 특별출연)이 퇴사 후 언론에 각종 비자금 등 치부를 폭로하면서 일은 일파만파 더욱 커지고 만다. 검찰 등 수사 기관이 회사를 압수수색 하는데, 마케팅 3부는 조사할 필요조차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일은 잘하지만 2% 부족한 차나래 대리의 분노를 자아낸 이상식은 과연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어 경쟁업체 파워그룹 후계자인 백마탄이 "스스로 돈을 벌고 싶다"며 뜬금없이 가우스전자에 지원하게 되고, 마케팅 3부는 또한번 묘한 기류에 휩싸이게 된다.
▲ 지난달 30일 첫 공개된 '가우스전자'의 주요 장면 |
ⓒ 시즌, 올레TV, ENA |
<가우스전자> 제작진의 면모도 두드러진다. 연출을 맡은 박준수 PD는 모큐멘터리(페이크 다큐멘터리) < 음악의 신2 >(2016년 엠넷)을 만든 장본인이고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서수민 전 KBS CP는 KBS <개그콘서트>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이렇다보니 <가우스전자>는 보편적인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따른다.
통상적인 코믹극 이상으로 극중 인물들의 자극적인 언행이 눈길을 끈다. 매사 의욕은 앞서지만 정돈이 잘 되지 않는 차나래 대리와 늘 소심하면서 본의 아니게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이상식 사원의 극과 극 케미에서 < 음악의 신2 >에서부터 시작된 박 PD만의 웃음 코드를 엿볼 수 있다. 비록 각각 < YG전자 >(2018년 박PD, 넷플릭스), <장르만 코미디>(2020년 서CP, JTBC)로 쓴 맛을 보긴 했지만 탄탄한 원작의 힘을 바탕으로 <가우스전자>에서도 차별화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것.
"그저 소나기만 피하자"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기성남 차장(백현진 분), 자신감 넘치지만 그저 말뿐인 차와와 과장(전석찬 분), 마케팅 3부를 눈엣가시 정도로 생각하는 최달순 이사(김지성 분) 등 중견 배우들의 캐릭터가 안정감을 선사하면서 자칫 중구난방이 될 수 있는 극의 방향성을 잡아준다.
▲ 지난달 30일 첫 공개된 '가우스전자'의 주요 장면 |
ⓒ 시즌, 올레TV, ENA |
기존 TV 시리즈물이 24부작 혹은 16부작으로 꾸며지는 데 반해 <가우스전자>는 12회 짜리로 비교적 간결한 구성이다. 이는 최근 OTT 방영에 큰 비중을 둔 작품들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제작자의 입장에선 무리한 회차 늘리기 대신 함축된 내용으로 극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반응이 좋을 경우 차기 시즌에 대한 가능성도 올라간다.
<가우스전자>처럼 다채로운 이야기 구성이 돋보이는 코미디물일수록 12회차 정도의 짧은 분량이 시청자들을 묶어둘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직장인들이 가볍게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즐기는 '스낵 컬쳐'로 통용될 수 도 있다. "이건 딱 우리 회사, 부서 이야기인데?"라는 공감대 형성을 통한 극의 몰입감도 키울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이용자 층이 두텁지 못한 OTT와 케이블 채널이라는 약점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가우스전자>는 기존 TV 매체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 B급 정서가 극대화된 코미디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가우스전자>의 다음 회차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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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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