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회사에 열정 붓기를 멈춰라 [책이 나왔습니다]
[이철원 기자]
직장인 여러분, 회사 생활 즐거우신가요?
"회사는 전쟁터다. 그러나 밖은 지옥이다." 언제부턴가 이런 말이 유행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위로가 되시나요? '그래 밖은 지옥이니 전쟁터 같은 회사라도 감지덕지 다니자!'라며 의욕이 불끈 샘솟으시나요?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필 회사에서 맡은 일도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조직문화 담당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일하기 좋은, 구성원이 다니고 싶은 그런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회사라는 조직에서 사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 책 표지 |
ⓒ 슬로디미디어 |
비단 사랑에 관해서가 아니라도 타인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심지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은 커녕 내 마음속도 제대로 들여다보기 힘들고 어려운데, 수백수천 명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움직이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요?
설상가상 회사의 경영위기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조직문화 책임자로서 좌절감을 느끼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오직 생존, 인력 효율화에만 관심 있던 경영진과의 갈등 속에 '밑 빠진 독'이라는 개념이 비로소 등장했습니다.
구성원들은 동기를 잃었고, 인간적 관계 맺기와 소통에서 멀어졌으며, 불안정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환경에 처했고, 마침내 회사를 믿지 않게 됐습니다. 수 년간 전 그룹사 조직문화 진단 결과 꼴찌를 도맡아 했습니다.
구성원의 의견을 묻는 주관식 답변란에는 회사과 경영진에 대한 성토가 넘쳐났습니다. 결과 보고서를 쓰면서 '밑 빠진 독'을 실제 그려 넣고 이 밑을 메꾸지 않는 한 그 어떤 인풋(돈, 시간, 노력)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최고경영진에 전달했습니다.
이미 인력 효율화와 신사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끝그림을 그린 경영진에게 그런 상징 따위 통하지 않았습니다. 밑이 빠진 상태가 계속되었고 깨진 독을 막아 콩쥐를 도왔던 전래동화 속 '마법의 두꺼비'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해 겨울 조직문화 기능은 공중분해되었고, 그 책임자였던 저는 이듬해 겨울 퇴사를 했습니다.
제가 써서 9월 30일에 출간된 이 책 <MZ세대와 라떼 사장님이 함께 만드는 조직문화>는 지난 16년 조직문화를 담당하며 겪은 실패에 대한 '잔혹동화'입니다. 돌이켜 보면 환경 탓, 회사 탓, 경영진 탓 등 남 탓으로 일관하며, 문제의 본질을 파악했음에도 행동하지 않았던 스스로에 대한 질책의 기록입니다. 답도 없는 일을 맡아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에 휩싸여 있을 이 땅의 모든 조직문화 담당자에게 드리는 미리 겪어본 자의 조언입니다.
구글이, 애플이, 배민이, 카카오가 어떻다, 참고는 할 수 있지만 그들의 표면적 모습이 그 내면의 본질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기업의 문화 발현에는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어떻게 그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들을 따라 해봐야 소용이 없는 이유입니다.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 스토리마저 기업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탄탄한 밑바탕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관점을 내부로 돌려 스스로를 돌아보십시오. 그리고 잠깐 멈춰 서서 이 네 가지 밑(MEET)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십시오.
Motivaton(동기) Emotion(감성) Environment(환경) Trust(신뢰)
구성원 스스로 동기부여되어야 합니다. 이성 중심이 아닌 감성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이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서로 신뢰하는 관계여야 합니다.
▲ 내부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
ⓒ 이철원 |
조직문화는 결과가 아닌 과정입니다. 함께 탄탄한 밑을 다지고 그 위에 우리만의 고유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여정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 길로 가는 구체적 이정표가 제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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