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휴양지가 매출 1조원의 관광지가 되기까지

김성호 2022. 10. 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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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로 오르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붕 '판시판산'

[김성호 기자]

▲ 판시판산 펄럭이는 오색깃발 뒤로 거대한 석가모니 좌상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 김성호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였다고 해서 인도차이나 반도라 이름 붙은 땅이 있습니다.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이것 말고는 마땅히 다른 이름으로 부르긴 어렵게 된 곳이지요. 230만2000제곱 킬로미터로,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크기입니다.

너른 땅이다 보니 국가도 여럿입니다. 동쪽부터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남으로 길게 뻗은 말레이반도의 말레이시아와 벵골만을 끼고 있는 북방의 미얀마까지가 인도차이나 반도 위에 선 나라들입니다. 사실상 남방 섬에 자리한 인도네시아와 동쪽 섬나라 필리핀과 대만 정도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동남아시아로 부르는 대부분의 나라가 인도차이나 반도 위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을 꼽을 땐 흔히 판시판산이 거론됩니다. 미얀마의 카까보라지산 등 더 높은 산이 있긴 하지만 히말라야 산맥 끝자락에 위치해서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발원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탓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해외여행객들이 미얀마보다는 베트남을 훨씬 많이 찾기 때문이겠지요. 때문에 판시판산엔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는 멋스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 판시판산 썬월드가 놓은 판시판산 케이블카가 구름지대를 뚫고 올라가는 모습.
ⓒ 김성호
 
인도차이나의 지붕, 판시판산을 가다

베트남 정북방에 위치한 판시판산은 해발고도가 3143m나 됩니다.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보다 1200m 가량 더 높지요. 베트남을 넘어 인도차이나의 대표적인 산을 한 세기 가까이 베트남을 지배한 프랑스가 가만히 놔두었을 리 없습니다. 바캉스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은 판시판산을 낀 작은 마을 사파에 대규모 휴양지를 건설하고 이곳에서 여름을 났습니다.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오랜 기간 잊혔던 이곳은 1990년대 들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며 판시판산의 절경을 전해들은 이들이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은 것입니다. 관광강국인 베트남은 버려졌던 사파 재개발에 착수합니다. 2016년 설립된 베트남 대기업 썬그룹(Sun Group)이 판시판산에 케이블카를 놓고 관광시설을 조성했습니다. 해발 2000m 정도에서 시작해 단번에 산 목젖까지 관광객을 데려다놓는 케이블카는 사파 썬월드의 핵심입니다. 길이 1670m, 평균높이 106m에 이르는 케이블카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로 남아 있습니다.

케이블카는 산 초입이라 할 수 있는 므엉화(Mường Hoa) 골짜기의 역에서 출발합니다. 호텔들이 위치한 사파 중심가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가는데, 모노레일 양편으론 소수민족이 일구는 계단식 논과 밭이 펼쳐집니다. 역에 도착해 케이블카로 갈아타면 커다란 산을 20분 만에 오를 수 있습니다. 트래킹으로 오르자면 나흘쯤 고생을 해야 하는 산을 단 20분 만에 주파하니 인기가 있을 밖에 없습니다.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지는 판시판산 깊은 숲의 경치는 다른 곳에선 쉽게 마주할 수 없는 광경이지요.
  
▲ 판시판산 판시판산 정상 인근에서 높이 20m가 넘는 관세음보살상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 김성호
 
케이블카로 오른 판시판 정상

도착역에서부터 판시판산 정상까지 트래킹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산악열차를 타고 힘든 구간을 오를 수 있지만 걸어서도 1시간 내외면 정상까지 갈 수 있어 땀 흘리며 걷는 이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3000m가 넘는 산을 제 힘을 전혀 들이지 않고 오르는 건 민망한 일이기도 하지요.

내려서 걷다 보면 돌계단 600개가 놓인 가파른 길을 지나 31m에 달하는 석가모니 좌상, 18개의 불상과 20m가 넘는 관음상까지 불교 시설물을 여럿 만나게 됩니다. 계단 양편엔 오색 찬연한 깃발들이 가득 펄럭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뒤로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많은 푸른 봉우리와 구름바다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가히 절경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판시판산에 오르는 케이블카 왕복 비용은 73만 7000동으로, 4만원 내외입니다. 여기에 마을에서 골짜기까지 들어가는 모노레일 가격을 더하면 우리 돈으로 성인 한 명당 5만 원쯤은 내야 판시판산 정상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곳에 오른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판시판산이 저를 찾은 이들에게 안겨주는 감흥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입니다.

판시판산 덕분에 베트남은 앉아서 돈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빚어지기 이전엔 한 해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파를 찾았습니다. 썬월드의 판시판 레전드 공원 관광객은 매년 증가추세에 있었고 매출이 한화로 무려 1조원을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감소했다지만 올해 들어 회복세가 가파릅니다. 프랑스가 떠난 뒤 방치됐던 휴양지를 대표적인 관광지로 빚어낸 베트남의 저력이 놀랍습니다.
 
▲ 판시판산 썬월드사의 '판시판 레전드' 케이블카 정류장 안은 사진과 그림 등 다양한 작품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관리된 역사는 관람객이 더 오래, 더 많이 머무르며 다양한 소비를 하도록 이끈다.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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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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