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첫날부터 쏟아진 '국감 무용론'

배경환 입력 2022. 10. 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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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5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치러지는 국정감사는 예상대로 신구권력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됐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미리 검증할 좋은 기회지만 대통령실까지 엮인 여야간 감정 섞인 다툼에 국감 막판에나 나오던 '국감 무용론'은 첫날부터 쏟아졌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정권 초기와는 달라진 대내외 경제 여건을 반영해 정책 방향을 수정·보완,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국감이 검증이 아닌 정쟁의 장이 되는 순간,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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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5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치러지는 국정감사는 예상대로 신구권력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됐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미리 검증할 좋은 기회지만 대통령실까지 엮인 여야간 감정 섞인 다툼에 국감 막판에나 나오던 '국감 무용론'은 첫날부터 쏟아졌다.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은 시작과 함께 파행을 맞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이 박 장관의 국감장 퇴장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하면서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을 상대로 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도 상황은 비슷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원 감사에 집단항의하면서 1시간가량 개의가 지연됐다.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막말에 이어 고성이 오갔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발언 논란을 시작으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까지 잇달아 터지며 갈등을 피하는 게 더 어려워 보이긴 했다. 하지만 '민생·정책' 국감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나자 시작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에 대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서다.

여야가 함께 나서 새 정부의 초기 실책을 빠르게 잡아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정부는 출범 후 맞닥뜨린 고물가에 경제팀을 사방팔방 돌렸지만 결과적으로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정책 대응 방향은 미숙했다. 늦어도 10월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정부 예측도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치솟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속도가 더뎌진다면 지금의 고물가 대응책도 새로 짜야 한다. 여야 갈등 탓에 5개월간 반복한 '시행령 국정'의 효과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민생과 관련 없는 안건들은 국감에서 다루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공정과 상식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실 이전과 사적채용 의혹,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과 허위 학력기재 의혹 등에 대해서는 누군가 나서 말끔히 답을 내놓아야 논쟁과 갈등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첫날부터 튀어나온 '국감 무용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감의 초점을 논쟁거리가 아닌 민생에 맞춰야한다. 여야가 벼르고 있는 안건들만봐도 민생 경제를 살피겠다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에 만난 대기업 대관 담당자의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일 택시요금, 내년 집값, 주말 배춧값이 더 궁금하다"는 속내를 정치권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반년도 되지 않아 맞게 된 정책 검증의 자리라면 국회가 민생을 살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정권 초기와는 달라진 대내외 경제 여건을 반영해 정책 방향을 수정·보완,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이다. 민주당으로서도 정부의 민생 대책을 뜯어보고 의문을 제기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때다.

국감이 검증이 아닌 정쟁의 장이 되는 순간,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들은 국감에서 민생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을 바라고 기대한다. 국회는 남은 기간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전해야한다. 이제서야 코로나의 어두운 터널 끝이 보이는데 국회가 나서 민생을 뒷전으로 미뤄놓는다면 '국감 무용론'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 배경환 정치부 차장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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