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점심시간] 직장인 여러분, 오늘도 '가짜 커피' 마셨나요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김준민 기자]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커피. 한동안 인터넷에서 가짜 커피와 진짜 커피 구분법이 화제가 됐었다. 가짜 커피는 일하기 위해 마시는 커피로 맛보다는 카페인 그 자체가 중요하고, 진짜 커피는 일할 때를 제외하고 마시는 모든 커피로 커피의 맛이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카페인을 위해 마시는 첫 잔은 가짜 커피,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 마시는 커피는 진짜 커피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업무 일과 중이기도 하면서 휴식 시간이기도 한 점심시간에 먹는 커피는 어떻게 구분을 지어야 할까?
▲ 테이크아웃하여 마시는 커피 |
ⓒ 김준민 |
아침에 마시는 첫 번째 잔은 보통 아침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마시게 된다. 사실 이때 마시는 첫 커피는 웬만큼 맛이 없지 않은 이상은 카페인 수혈의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그럭저럭 마시게 된다.
탕비실에 있는 스틱 커피에 온수를 적당량 넣은 뒤 얼음을 가득 담은 텀블러에 채우는 한 잔. 내 입맛에는 비록 약간 쓰고 탄 맛이 강하지만, 이 첫 잔은 정신 차리고 오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요즘 커피 구분법에 따르면 가짜 커피다.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는 마음이 급할 때가 많다. 딱 한 시간 주어지는 점심시간. 아무리 식사를 빠르게 마무리 해도 오가는 시간까지 계산한다면 식사 후 남는 시간은 채 20분 정도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팀원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서 잠시 이야기라도 나누다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 한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 온 커피는 오후 근무를 하며 마시게 되니 아무래도 가짜 커피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가끔은 점심 시간이지만 식후에 진짜 커피를 먹기도 한다. 따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마무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는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길지도 않고 흔하지도 않지만 혼자 보내는 이런 시간은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이렇게 남는 시간에 혼자 커피를 마실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들이 있다. 먼저 회사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카페여야 하고, 되도록 조용해야 한다. 그렇게 방해하는 요인 없이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며 커피를 마시다 보면 시간은 훌쩍 가기 마련이다.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업무와 분리된 느낌을 만끽하면서.
운 좋게도 회사가 소위 요즘 뜨는 동네에 있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커피가 맛있는 카페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SNS에 올리기 좋게 인테리어나 디저트의 모양에만 신경 쓴 카페도 많지만, 그래도 커피 맛에 집중한 업장들도 있기 마련이다.
▲ 점심시간 카페에서 보는 풍경 |
ⓒ 김준민 |
어쩌다 한번, 점심식사 대신 커피를 택하는 날도 생긴다. 이때는 간단한 디저트와 디저트에 어울릴 것 같은 커피를 심사숙고하여 고른다. 보통은 파운드 케이크처럼 단조로운 디저트에 약간의 산미와 베리의 맛이 느껴지는 커피로 입맛을 돋우는 편이다. 이런 날은 다른 의미로 직장에서 오후 시간을 보낼 원동력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마시는 커피는 일과 시간 중에 마시더라도 진짜 커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테이크아웃으로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다. 팀원들과 같이 식사하는 날이면 식당을 나오면서부터 손을 풀기 시작한다. 커피 내기 배 가위바위보가 시작되는 거다. 메뉴는 카페에서 제일 저렴한 아메리카노 한 종류.
다만 아무리 저렴한 아메리카노라고 하더라도 다섯 잔을 사야 하는 날이면 카드를 내는 손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친구들과도 더 이상 가위바위보를 할 일이 없는 요즘, 직장에서 한 판의 게임에 희비가 갈리는 일은 일상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커피 자체는 음미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과정에서 유쾌함을 느낀다면 이런 커피도 진짜 커피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우스갯소리로 직장인 3대 필수 영양소가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직장인이 하루를 보내는데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커피일 것이다. 매년 흡연율과 알코올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늘어나고 있는 항목도 바로 카페인 섭취량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커피 수입량은 2015년부터 꾸준히 늘어왔으며, 작년 2021년에는 수입액이 무려 1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를 계산 해보면 성인이 하루에 약 두 잔씩 마신다는 이야기인데, 아침에 출근해서 한 잔, 점심에 한 잔은 기본으로 마시는 걸 생각해보면 얼추 맞는 것 같다.
이렇게 하루에 두 잔씩 마시는 커피를 가짜 커피, 진짜 커피라고 나누기보다는 조금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매일을 진짜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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