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 후 100m 불기둥" 강릉 밤새 공포..신고 쏟아져도 입다문 軍[영상]

박진호, 김지선 2022. 10. 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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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소리에 미사일 잘못된 것 직감했다”


“11시쯤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꽝’하고 굉음이 울리더군요. 그래서 나가보니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어요.” 연합 대응 사격에서 군 당국이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낙탄 후 불길이 치솟는 상황을 목격한 주민 김희수(44)씨 말이다.

김씨는 “폭발 후 불기둥이 100m가량 치솟고 연기가 엄청났다. 상황을 보니 미사일이 잘못된 것 같았다”며 “불안해 한동안 지켜봤는데 다행히 불은 15분 정도 만에 진화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4일 오루 군 당국이 연합 대응 사격으로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독자

북한 도발에 대응한 미사일 대응 사격과 낙탄 사실을 몰랐던 강원 강릉시민들은 늦은 밤 이어진 폭발음과 불길로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4일 오후 11시쯤 강릉 한 부대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맘 카페 등을 통해 불길이 치솟는 영상이 확산하면서 부대 주변을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목격담 등이 잇따라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우리 집이 남항진 옆 동네인데 굉음과 함께 집이 흔들렸어요” “뭐 날아오는 소리가 엄청 크게 났고 그게 터지면서 공군 기지 쪽 하늘이 빨개졌다가 노랗게 변했다. 조명탄인 줄 알았는데 불타오르더라”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폭발음이 다음날인 5일 오전 1시30분까지 여러 차례 이어지자 시민 불안감은 커졌다.

5일 새벽 군 당국이 연합 대응 사격으로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전 군부대 입구에 폭발물처리반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길 영상 확산’ 목격담도 이어져


군부대 인근에 사는 권모(43)씨 “늦은 밤에 훈련하려면 최소한 안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슨 상황인지 몰라 여기저기 물어보고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당시 소방당국에도 ‘비행장에 불이 났다’, ’비행장에서 폭탄 소리가 난다’ 등의 1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진화차 등이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출동 중 군부대에 문의한 결과 훈련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와 곧바로 귀소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경찰 상황실과 군부대·해경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훈련 상황으로 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군부대에는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진화차와 진화인력이 배치돼 있다고 한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미 양국이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 및 정밀폭격 훈련에 이어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 뉴스1


“훈련 상황 보안상 공개 불가”


이번 폭발음과 불길의 원인은 5일 오전 7시에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에이태큼스(ATACMS) 각 2발씩 총 4발을 동해 상으로 발사해 가상표적을 정밀타격,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 능력을 현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어떠한 장소에서 도발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우리 군은 북한 추가도발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상시 압도적인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실시한 연합 대응 사격에서 군은 ‘현무-2’ 탄도미사일도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와 관련한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없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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