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주위를 둘러보면

최승욱 2022. 10. 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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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코다(CODA)'를 이제야 봤다.

주인공 루비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오빠와 함께 살면서 평생 그들을 대신해 소리를 듣고, 그들의 말을 전해주며 '꿈 없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딸의 도움 없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두려웠던 부모는 대학 진학을 반대했고, 루비도 비정한 현실 앞에 꿈을 내려놓았다.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는 루비 아버지의 시선에 딸의 노래를 감상하는 관객의 모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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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정치부 차장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코다(CODA)’를 이제야 봤다. 주인공 루비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오빠와 함께 살면서 평생 그들을 대신해 소리를 듣고, 그들의 말을 전해주며 ‘꿈 없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교 합창단에 들어가면서 노래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버클리 음대 진학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딸의 도움 없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두려웠던 부모는 대학 진학을 반대했고, 루비도 비정한 현실 앞에 꿈을 내려놓았다.

딸의 이야기를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생각이 바뀐 것은 합창단 발표회에서였다. 루비의 노래가 시작되자 영화는 모든 소리를 소거했다.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는 루비 아버지의 시선에 딸의 노래를 감상하는 관객의 모습이 들어왔다. 흐뭇하게 미소 짓는 중년 여성,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따라가는 노부부, 흐르는 눈물을 닦는 젊은 여성까지.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루비를 불러세우고 발표회에서 했던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한다. 딸의 목에 두 손을 댄 아버지는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딸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 다음 날 루비의 가족은 함께 버클리 음대 시험장으로 향한다.

변화란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단 한 번의 동작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놓고 정치권이 열흘 넘게 시끄럽다.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사용한 단어를 놓고 여야가 완전히 배치되는 주장을 하는 상황이고, 사안의 특성상 당분간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치를 강타한 비속어 논란을 지켜보면서 여야 모두에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최근 만난 중도 성향의 한 야당 의원은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거론됐으니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교적 상황을 감안하면 대통령실의 ‘부인’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논란 자체에 대한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사실 여부를 떠나 논란이 계속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았을 것”이라며 “왜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 출범 5개월도 안 된 상황에서 야권의 공세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 여권 논리다. 정무적 관점에서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와 여당의 지지도 하락세를 보면 상당수 국민의 생각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쯤 호흡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봐야 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영국·미국 순방을 마친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밀어붙이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외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처음부터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공을 윤 대통령에게 넘겨 정치적 부담을 가중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이런 민주당의 선택 역시 정무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이 점점 늘어나는 중도층의 시선에 어떻게 비쳤을까. 민주당 지지율은 이달 들어 오름세에 있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분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왜 그런지는 민주당이 주위를 차분히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최승욱 정치부 차장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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