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썼더니 4기 암세포 사라져..위암 사망률 뚝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2022. 10. 5. 00: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지난 10년간 암 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생존율은 올랐지만,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망자도 늘었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 원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암 사망자는 8만2688명으로 10년 새 15% 늘었다. 주요 암 중 위암·간암은 사망률이 줄었다. 특히 위암이 많이 줄었다.

위암 사망자는 2011년 인구 10만 명당 19.4명에서 지난해 14.1명으로 5.3명 줄었다. 반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31.7명에서 36.8명으로 크게 늘었다. 췌장암도 꽤 늘었다. 대장·전립샘·유방 등의 암은 미미하게 늘었다. 자궁·뇌·식도암이나 백혈병은 변화가 거의 없다. 암 사망 변화의 의미와 원인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이우용 원장과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에게 물었다.

「 암 사망률 10년 변화 분석해보니
혁신적 약·치료 덕에 위·간암 줄고
조기 발견 어려운 폐·췌장암 늘어
저선량 폐CT, 췌장CT 고려할 수도

김승태 교수

삼성암병원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세계 병원평가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제치고 암 분야 국내 1위에 올랐다. 이 원장은 “200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별도 건물로 된 암센터 문을 열었고 2013년 암병원으로 격상했다”고 말했다.

Q : 폐·췌장암 사망률이 올라간다.
A : “조기검진이 매우 중요한데, 췌장암은 국가건강검진 항목이 아니다. 폐는 시작한 지(2019년) 얼마 안 됐다. 둘 다 발생이 증가한다. 치료제가 나오긴 해도 획기적이지 않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Q : 간암은 왜 줄어드나.
A : “간염→간경화→간암으로 진행하는데, 간염 예방접종이 늘면서 위험인자가 줄었다.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Q : 대장암은 어떤가.
A : “노인 인구가 늘어도 사망률이 별로 늘지 않는다. ‘내시경 검사-용종 절제’가 늘었고 좋은 약이 많이 나왔다.”
‘항암제-수술-항암제’ 4기 생존율 40%

이우용 원장

치료법도 많이 달라졌다. 53세 남성 A씨는 올해 초 검은색 변에 피가 섞여 나왔고 복통을 호소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오른쪽 대장의 암이 간 곳곳에 전이됐다. 의료진은 6개월간 항암치료부터 했다. 기존 항암제와 표적항암제(아바스틴)를 같이 투여했다. 간에 자잘하게 퍼진 암이 사라졌고 남은 부위도 작아졌다. 대장 암세포도 약간 줄었다. 의료진은 최근 복강경(내시경) 수술로 간·대장의 암을 잘라냈다. 이 원장은 “혹시 암세포가 남을 수 있어 조직검사 후 석 달 항암치료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Q : 이런 치료법이 종전엔 없었나.
A : “10년 전만 해도 4기는 수술이 불가능했다. 항암치료 해도 길어야 1년밖에 살지 못했다. 지금은 항암치료로 크기를 줄여 수술할 수 있게 바꾸고, 수술 후 항암제를 투여하는 적극적 치료를 한다.”

Q : A씨 같은 4기 환자에게 희망이 있나.
A : “5년 생존 확률이 30~40% 된다.”
김승태 교수에게 위암을 물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Q : 사망률이 크게 줄었는데.
A : “거의 모든 국민이 연 1회 위내시경 검사를 한다. 심지어 당일 검사도 가능하다. 비용이 저렴한 데다 의사 숙련도가 높다.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을 진료지침대로 충실히 이행하는 비율이 높고,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위암에도 항암치료를 지침대로 시행한다. 효과 좋은 신약이 나오면서 항암화학요법이 빠르게 발전한다.”

Q : 보조항암요법은 언제 하나.
A : “위암 2, 3기 수술 후 한다. 젤록스(젤로다+옥살리플라틴)가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요법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Q : 표적항암제도 잘 듣나.
A : “4기 진행성 위암환자의 1차 치료가 실패하면 2차 치료를 하는데, 사이람자라는 표적항암제와 기존 치료제(탁솔)를 같이 투여하는 방식이 2차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Q : 면역항암제는 어떤가.
A : “기존 항암제에 안 듣는 4기 위암환자 중 특정유전자(MSI high)를 가진 사람에게 2, 3차 치료약으로 옵디보·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를 쓰면 극적으로 좋아지기도 한다. 위암 4기 환자 7명 중 3명의 암세포가 완전 관해(사라짐)됐고 3명은 부분 관해됐다. 치료 반응률이 80%였다. 완전 관해 3명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2018년 미국의 저명한 의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논문 게재)

Q : MSI high 유전자를 가진 환자가 얼마나 되나.
A : “1~4기 위암의 20%, 4기 위암 환자의 10~15%가 해당한다.”
위암4기 면역항암제 곧 건보 적용

김 교수는 더 희망적인 얘기를 꺼냈다. “4기 위암환자에게 옵디보라는 면역항암제와 젤록스를 1차 치료 약으로 같이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기존 치료법보다 생존 기간이 평균 석 달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약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보 적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제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에게 암 검진법을 물었다.

“매년 위내시경을 하고, 40대 이상은 3~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고한다. 이게 힘들면 분변 DNA 검사도 괜찮다. 분변잠혈검사(일반적 대변검사)보다 정확하다. 폐암은 저선량CT 검사를 권한다. 췌장은 특별한 조기검진법이 없다. 가족력이 있는 등 걱정이 많이 되면 췌장CT나 MRI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도 도움이 된다. 유방암은 멍울이 만져지는지 손으로 자가검사를 한다. 이상한 조짐이 있으면 초음파 검사나 맘모그래피(유방촬영술)를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