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푸틴의 핵공격 예비동작

오병상 2022. 10. 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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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대통령(중앙)이 지난달 30일 모스크바 크레믈린궁에서 러시아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 대표들과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협정서명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은 러시아 영토가 됐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에 따라 푸틴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지역 영토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핵무기 사용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AP

1.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위한 예비동작에 들어갔습니다.
영국 더타임즈는 3일 ‘핵무기 관련 장비를 실은 열차가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중부에서 촬영된 영상까지 공개됐습니다. 이탈리아 언론은 같은 날 러시아 핵잠수함이 핵실험을 위해 북극해로 출항했다고 전했습니다.

2. 푸틴의 핵위협이 심상찮은 건 우크라이나 상황이 두 측면에서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쫓겨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점령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연전연패하고 있습니다.
둘째,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은 지난 9월 30일 푸틴이 ‘러시아 영토’라고 선언한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였던 4개 지역이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와의 합병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3. 먼저, 러시아군의 패배국면은 군사적으로 핵무기 사용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소형핵무기인 전술핵을 ‘재래식 무기에 의한 전쟁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구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형핵무기는 핵무기 보유국과의 글로벌 전쟁에서 사용한다는 원칙이지만, 소형핵무기는 비핵보유국과의 국지전에서도 사용한다는 전략입니다. 단, 재래식 무기로 이길 수 없을 경우..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이 그렇습니다.

4.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선언한 것도 핵무기 사용과 직결됩니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의 전제조건을 ‘국가안보의 심각한 위기상황’이라 명시했습니다. 푸틴이 30일 영토합병을 선언하면서 ‘영토 수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핵무기 사용의 선례가 있다’고 강조한 대목이 주목됩니다. 선례란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폭격을 말합니다. 미국이 했으니 러시아도 할 수 있다는 얘기죠.

5. 러시아가 천명해온 핵무기 사용 매뉴얼은 점진적입니다.
첫째 단계는 구두위협입니다. 핵무력을 과시하면서 겁을 주는 겁니다. 미국에게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겁니다. 현상황입니다.
둘째는 무력시위입니다. 피해가 최소화되는 지역에 전술핵을 터트리는 겁니다. 흑해 해상 폭파가 그런 경우입니다.
셋째는 실전투입입니다. 대개 후방의 군수관련 요충지를 원포인트 타격합니다. 공포심을 극대화, 적을 무력화합니다.

6. 아직 구체적인 핵무기 이동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세계최대 핵탄두 보유국이지만 모두 무기고에 들어가 있습니다. 미국처럼 당장 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꺼내서 쏘기까지 한달여 시간이 필요하며, 미국의 감시망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7. 아직 예비동작 단계지만 핵무기는 사용가능성만으로도 위협적입니다.
WSJ(월스트리트저널)는 3일 칼럼에서 ‘푸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핵사용 가능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라는 ‘사탄’으로부터 세상을 지킨다는 짜르의 망상. 비극이지만 현실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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