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리포트] 안동·임하댐 물길 연결 대구 30년 물걱정 끝나나

최일영 2022. 10. 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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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안동 원수 공급 협력 추진
대구시의 새로운 취수원으로 논의되고 있는 안동댐. 대구시 제공


어렵게 성사됐던 대구시와 경북 구미시의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이 사실상 깨지면서 다시 한번 대구의 취수원 문제가 지역사회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대구시민들이 취수원 문제에 민감한 이유와 그동안 취수원을 둘러싼 갈등 과정,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댐물 공급 방안까지 살펴봤다.

30년 물공포, 13년 물분쟁

대구시민들이 수돗물 등 물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원인은 그 뿌리가 깊다. 1991년 3월 대구지역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구미공단의 대기업 산하 A업체에서 페놀 30t이 유출돼 낙동강으로 흘러들었는데 이를 소독하려고 염소를 과다하게 뿌려 악취가 심해지고 독성이 더 강해진 것이다. 페놀이 인체해 유해하고 특히 임산부 등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여기에 한 달 뒤 같은 업체에서 페놀 1.3t이 또 유출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나며 시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2004년에는 구미공단과 김천공단 내 업체들에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이 유출됐다. 페놀 사태를 기억하는 시민들은 생수를 사재기하는 등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2006년에는 구미공단 내 대기업 B사에서 LCD판 제조 시 세정·살균제로 사용되는 발암물질인 퍼클로레이트가 유출됐다. 2008년에도 김천공단 내 한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수와 함께 페놀이 유출돼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사고가 발생했고 2009년에도 구미공단과 김천공단에서 처리되지 않은 1,4-다이옥산이 낙동강으로 유출됐다.

이후에도 사고는 이어졌다. 2012년과 2013년에 구미공단 쪽에서 불산 유출사고가 발생해 일부가 낙동강으로 유입됐다. 2018년에는 호르몬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이 구미공단 반도체업체 등에서 낙동강으로 흘러 들었다.

30여년 동안 9차례나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다 보니 대구시민들은 ‘물공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식수 관련 사안에 예민해지게 됐다.


대구시와 구미시의 취수원 이전 갈등은 2009년 본격화됐다. 대구시가 식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구미공단 위쪽 낙동강 상류로 취수원을 이전하길 원했지만 구미시가 물 부족 우려 등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대한 것이 갈등 원인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2018년 과불화화합물 검출사태로 취수원 이전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고 이에 총리실 주재로 2019년 정부 부처, 대구시, 울산시, 경북도, 구미시 등이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낙동강 수질 개선 관련 용역을 실시했다. 대구시가 구미시에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낙동강 구미공단 상류 해평취수장을 대구와 구미가 공동 이용하는 것에 합의를 이뤘지만 민선8기 시작과 함께 틀어지게 됐다.

안동·임하댐으로 물길 돌리다

최근 대구-구미 협정에 균열이 생긴 것은 구미시의 입장 변화 때문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취임 후 취수원 다변화 협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협정이 구미시민과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당시 협정을 맺은 주체 당사자가 대부분 바뀌어 실질적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구시는 구미시장이 협정을 파기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대처도 이전에 대구시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달리 단호했다. 구미시 측의 협정 파기를 이유로 협정 해지를 협정 기관인 국무조정실·환경부·경북도·구미시·한국수자원공사에 통보했다. 홍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미시와의 물분쟁을 종료하고자 한다. 더는 상수원을 구미지역에 매달려 애원하지 않고 안동시와 안동댐물 사용에 관한 협력과 상생 절차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협정 기관들이 모여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구와 구미가 협정 주체이기 때문에 의지가 없으면 진행이 어렵다”며 “숙려기간을 가진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기창 안동시장이 지난 8월 대구시청 산격동 청사에서 만나 낙동강 상류댐 원수 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구미시 대신 안동시와 원수 공급(안동·임하댐)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평취수장 공동이용과 댐물 공급이라는 투트랙 전략에서 댐물 공급 단일전략으로 바뀐 것이다. 안동댐, 임하댐을 도수관로로 영천댐이나 운문댐까지 연결한 후 대구 식수를 낙동강물 대신 댐물로 공급해 식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깨끗한 물을 대구 등 낙동강 권역 지방자치단체에 판매하는 ‘상수원 공급체계 시범구축 사업’을 추진 중인 안동과도 분위기가 좋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지난 8월 대구시청을 찾아 홍 시장과 안동댐물 공급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홍 시장도 조만간 안동댐을 방문해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5일 안동댐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태풍 대비로 연기된 상태다. 대구시는 정부에 이 사업의 당위성을 알리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잘 풀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주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
“시민들이 안전하고 맑은 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

“댐물 공급을 통해 대구시민들의 오랜 염원인 안전하고 맑은 물을 확보하겠습니다.”

홍성주(사진)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은 4일 민선 8기 대구시의 물 관리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안동·임하댐 물을 공급받는 낙동강 상류댐 연결 사업인 맑은 물 하이웨이를 추진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맑은 물 확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맑은 물 확보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사업으로 규정했다. 30여년간 9차례의 낙동강 수질오염사고를 겪으면서 구미공단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취수원을 갖는 것이 대구시민들의 소원이 됐기 때문이다.

홍 국장은 대구시와 경북 안동시가 댐물 활용에 대한 큰 그림에는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기창 안동시장 모두 물은 공유해야 하는 공공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두 시장이 대구에서 만나 낙동강 상류 댐 원수를 대구시가 이용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추진 비용 및 지역 반발, 수질 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 국장은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은 영주댐·안동댐·임하댐·영천댐·운문댐을 잇는 관로(147㎞)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추정 소요 예산이 1조4000억원(국비) 정도로 예상되지만 이는 예상 사업비의 최대치로 검토 용역을 통해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사업비를 산출할 예정”이라며 “이 사업은 규모와 성격으로 볼 때 국가계획 반영 등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사업이므로 정부에 협조를 구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이어 “댐 인근 주민들의 설득을 위해 현지 공청회와 설명회도 이어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환경단체가 제기한 댐물(퇴적층 중금속) 오염 문제도 검사 결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안동댐 수질을 검사한 결과 낙동강 원수(해평취수장, 매곡 원수)에 비해 수질이 나은 것으로 나타났고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 비소, 납, 크롬 등이 검출되지 않은 것은 물론 미량 검출된 철과 망간도 각각 매곡 원수의 8분의 1, 11분의 1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홍 국장은 “정부 차원에서도 중금속 관련 맞춤형 퇴적물 관리대책을 현재 추진하고 있다”며 “환경부, 수자원공사, 안동시 등 관계 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시민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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