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불신, 범죄 대응의 개인화"..호신·방범용품 사는 사람들

임춘한 2022. 10. 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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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씨는 '신당역·가양역 사건' 보도를 접하고 난 뒤 호루라기, 쿠보탄, 삼단봉 등 호신용품을 다수 구매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양역·신당역 사건으로 두려운 마음에 호신용품을 구매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범죄로부터 개인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건데 치안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범죄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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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호신용품 매출 46%↑
신당역·가양역 사건 이후 '급증'
국가가 안전 보장 못해준단 인식 확산
범죄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 시급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회사원 이모씨는 ‘신당역·가양역 사건’ 보도를 접하고 난 뒤 호루라기, 쿠보탄, 삼단봉 등 호신용품을 다수 구매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에서 살인·실종 사건이 벌어지면서 퇴근길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집도 100%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이 씨는 "이제는 내 몸은 내가 지켜야 되는 것 같다"며 "이 물건들을 사용할 상황이 절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걸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강력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유통업계에서 호신·방범용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국가가 스토킹·살인 사건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범죄 상황에 대한 대응이 개인화·파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15~27일 호신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46%, 호신용 경보기는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서는 호신용품 매출이 132%, 롯데온에서는 100% 급증했다. 특히 신당역 사건 발생과 가양역 실종자 하반신 시신 발견 직후 호신용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11번가에서는 15~16일 호신용 경보기 매출이 24%, 26~27일 호신용품 매출이 107% 증가했다. 해당 기간 G마켓에서는 호신용품 357%, 호루라기 900% 늘었다. 롯데온에서도 호신용품 매출이 4배, 2배 이상 뛰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는 호신용 경보기, 스프레이, 삼단봉·호신봉, 쿠보탄, 너클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호신용 경보기는 당기거나 누르기만 하면 강력한 소음이 발생돼 자신의 위험을 주변에 알릴 수 있다. 스프레이 강력한 최루액이 들어있어 눈, 피부, 호흡기 등에 고통을 유발해 범죄자를 무력화시키는 도구다. 삼단봉·호신봉은 휴대성과 내구성을 겸비해 유사시 범죄자의 접근을 막고 타격할 수 있다. 쿠보탄은 날카로운 끝부분으로 가격한 뒤 위험한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도구이며, 너클은 손가락에 끼워 펀치의 위력을 강화하는 용도로 작고 휴대하기 편리해 선호된다.

1인 가구의 경우 주거 안전을 위해 폐쇄회로TV(CCTV), 도어 경보기 등 방범용품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11번가에서는 지난달 15~27일 CCTV 매출이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서는 현관 잠금장치 매출이 199%, 방범창·방범용품이 130% 늘었다. 특히 강력범죄 발생 보도 직후 판매가 급격히 늘었는데 11번가에서는 15~16일 CCTV 매출이 100% 신장했고 26~27일 CCTV는 68%, 보안·방범기기는 234% 증가했다. 해당 기간 G마켓에서는 현관 잠금장치 매출 신장률이 86%, 452%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신당역·가양역 사건과 동시에 이웃집 여성을 상대로 한 스토킹 범죄 집중 보도가 이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토킹 및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서 호신용품을 찾는 고객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방범 및 잠금장치의 매출도 전월과 비교해 상승하고 있어 신규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기획전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양역·신당역 사건으로 두려운 마음에 호신용품을 구매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범죄로부터 개인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건데 치안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범죄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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