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팀의 '기적', 전북 1위 순창고 배구팀을 아시나요 [복작복작 순창 사람들]

최육상 2022. 10. 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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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북 순창고 배구 클럽' 아마추어 선수들

[최육상 기자]

 전북교육감배 스포츠클럽대회에서 남1위·여3위를 차지한 순창고 선수들(사진제공 순창군청 사와사끼꼬)
ⓒ 순창군청 사와사끼꼬
전북 순창군에 위치한 순창고등학교 배구 클럽이 지난 9월 17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전라북도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남자부 1위와 여자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14개 시·군으로 구성된 전라북도에서 순창군 전체 인구는 지난 8월말 기준 2만6743명에 불과함에도 전주시(65만3581명)와 익산시(27만5254명), 군산시(26만3500명) 등 도시의 학교 배구 클럽을 꺾고 정상권에 올랐다는 점이다. 전라북도에서 순창군보다 인구가 적은 곳은 임실군(2만6534명), 진안군(2만4771명), 무주군(2만3645명) 3곳이다.

순창군 초·중·고 학생 수 2102명

순창군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지정, 고시한 전국 지자체 인구소멸위험지역 89곳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순창군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지난 4월 1일 기준 전라북도순창교육지원청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897명, 중학생 601명, 고등학생 604명 등 총 2102명이다. 대도시 큰 학교 전교생 숫자밖에 안 된다.

아마추어 학생들로 구성된 순창고등학교 배구 클럽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 9월 22일 오후 4시 50분 순창고 체육관에서 배구 클럽 선수들을 만났다.

전북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순창고 남자팀은 오는 11월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광역시·도 1위팀끼리 맞붙는 전국 대회에 전북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여자팀은 1위팀에게만 주어지는 전국대회 출전권을 아쉽게 놓쳤다. 순창고 남자팀은 지난해 전북대회 2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8년간 전북도내 배구 클럽대회에서 1위를 7번 차지한 최강 클럽이다.

1학년 "학업 스트레스와 피곤이 풀려요"
 
 패기 넘치는 순창고 1학년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 최육상
   
이날은 남자팀만 훈련에 임했다. 순창고 배구 클럽은 한문수 체육교사가 방과 후 학교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규 수업이 끝난 후 체육관에 모인 선수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패기 넘치는 1학년 이도선, 김우진, 신호영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저희는) 순창북중학교 체육 시간에 3명이 똑같이 배구를 처음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배운 건 순창고 1학년 입학하고 형들이 배구 클럽을 모집해 가입하고부터였어요. 배구 클럽은 자원하면 다 받아줘요. 2학년 선배는 1명밖에 없고 3학년은 10명 정도인데, 3학년 선배들이 대거 졸업하는 내년에는 저희가 주축이 돼야 해요."

배구가 좋은 점을 물었다.

"학업 스트레스 받을 때, 배구 스파이크 때리면 빵~ 소리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어요. 형들이랑 연습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도 참 좋아요." (이도선)

"학교 수업이 끝나고 피곤할 때 배구를 하니까 피곤하지도 않고 운동도 되고 좋아요. 오히려 피곤할 때 하면 진짜 피곤이 풀려요." (김우진)

"예전에는 잘 못했었는데 지금은 매일 하다시피 하니까 조금씩 느는 게 기분이 좋아요.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게 진짜 맞아요." (신호영)

전북의 배구 클럽 '타도 순창고'

한문수 교사는 "저희가 이번 전북교육감배 대회에서 준결승도 풀세트, 결승도 풀세트까지 갔다"며 "애들이 정말 힘들게 우승하니까 감동해서 다 울어버렸다"고 설명을 이었다.

"다른 팀들은 모두 '타도 순창고'예요. 다들 순창고는 안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순창고 배구 클럽을 8년째 지도하고 있는데, 전북 대회에서는 항상 선두에 자리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2위를 했고, 올해도 대회 때마다 힘든 경기가 되더라고요. 이제는 '독주를 못 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들이 우승을 하면서 너무 감동한 거죠."
 
 한문수 체육교사의 지도에 따라 방과 후 수업을 배구 훈련을 하고 있는 순창고 선수들.
ⓒ 최육상
   
훈련에 임하는 학생들은 생활체육으로 배구를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한문수 교사는 "전라북도내 클럽대회에는 전주시 같은 시의 경우 2팀까지 출전할 수 있는데, 순창군이라는 학생 수도 정말 작은 시골 팀이 전북 대회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아이들이 배구를 좋아하고 선후배 간 정도 돈독해서 순창고는 '끈끈한 조직력의 배구'로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문수 교사는 이어 "순창군내 중학교에는 배구 클럽이 없고, 오직 우리 순창고에만 배구 클럽이 있는데 이 정도 성적을 거둔다는 건 정말이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면서 "옆동네 남원에서 배구가 하고 싶어 내년에 순창고로 진학할 중3 학생이 생겼는데, 순창고 배구가 순창 인구를 늘리는 역할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순창고는 1등이죠, 하하하"

유일한 여학생 선수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장소정(3학년) 선수는 "여자팀 훈련은 없는데, 저는 선생님을 도와주러 왔다"고 웃으며 배구가 좋은 점을 들려줬다.

"여자팀은 3학년 6명, 2학년 2명, 1학년 3명 모두 11명 정도 돼요. 운동하면서 땀 흘리면 배구 실력도 늘고 스트레스도 풀려요. 정말 분위기가 좋고 재미있어요. 졸업해도 순창에서 동호인 배구에 가끔 참여하고, 대학교 동아리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배구는 생활체육으로 계속할 거예요."

체육관은 선수들의 활기찬 함성과 박력 넘치는 몸짓으로 들썩거렸다. 훈련을 하던 친구들로부터 '미래의 주장'이라고 지목된 1학년 이도선 학생에게 "선배들이 좋은 역사를 써가니까 후배 입장에서 잘 따라가면서 계속 좋은 성적을 얻어야 되겠네요, 꼭 1등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렇죠?"라고 물었다. 확신에 찬 힘찬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순창고는 1등이죠. 하하하."

체육관을 나서는 등 뒤로 "팡~ 팡~ 팡~" 스파이크 소리와 바닥에 내리꽂히는 배구공의 울림이 경쾌하게 들려왔다. 10대 청춘들이 내뿜는 열정이 "팡~ 팡~ 팡~" 폭발하는 듯했다. 
 
 순창고 선수들과 한문수 체육교사가 고개를 들어 '순창고 화이팅'를 외치고 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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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9월28일자 실린 기사를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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