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인류학·의학·과학기술학·장애학·미학·문학으로 본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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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외모는 그저 굴레일까? 외모를 언급하지 않고, 외모의 차이를 인지할 수 없는 세상이 살기 더 좋을까? '한편'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따라 외모의 자리에 다양한 것들을 넣어 봤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국뽕 콘텐츠에서 재현되는 외국인의 모습은 7년 전 연구에서 도출한 백인의 정형화된 이미지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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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인문잡지 ‘한편’은 외모지상주의를 누구나 비판하지만 누구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현실에서 시작한다. 외모는 그저 굴레일까? 외모를 언급하지 않고, 외모의 차이를 인지할 수 없는 세상이 살기 더 좋을까? ‘한편’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따라 외모의 자리에 다양한 것들을 넣어 봤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외면과 내면, 얄팍함과 깊이의 이분법을 가로지르며 사회학에서 인류학, 의학, 과학기술학, 장애학, 미학, 문화 비평까지 외모에 관한 열편의 글을 실었다.
나의 지금 겉모습은 내가 살아온 긴 시간을 겹겹이 두르고 있다. 그래서 나의 겉모습은, 불
분명한 내적 가치나 ‘영혼’ 따위 이전에 존재하는 ‘나’라는 실체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통과하며 마주한 각종 사건과 경험이 통합되어 있을 겉모습을, 존재 전반을 반영하고 있을 나의 이 외모를, 우리는 용기를 내기만 한다면 제대로 응시할 수 있다.
─ 김원영, 「외모라는 실체에 관하여」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나의 전통적 자아나 일상을 드러낼 공간이 필요 없다. 기본적으로 나의 대리이지만 나와 전혀 달라도 되는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나는 제페토에서 어떤 사람이 될지를 새롭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 김애라, 「메타버스 아바타의 상태」
어떤 옷이 내 삶의 방식이나 가치 기준에 맞는지 탐색하는 데는 정보를 찾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없으며 남들이 좋다는 옷, 멋지다는 옷이 나에게 맞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삶이 주어지는 동안 적당한 옷을 계속 찾아가는 일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할 거다.
─ 박세진, 「패션 역주행에 대처하는 법」
수치화된 ‘매력적인 여성의 얼굴’은 ‘아름다움’에 관해 무엇을 알려 줄까? 인종 간 위계가 사라진 세계화된 미인의 얼굴은 어떤 얼굴이 아름다운지를 말할 뿐 그 얼굴이 왜 아름다운지는 말하지 않는다. ‘째진 눈이나 뭉툭한 코, 앞으로 튀어나온 턱’은 왜 미인이 아닌가?
─ 임소연, 「K-성형수술의 과학」
한국을 사랑하는 백인에 대한 한국 시청자의 호감은 새롭지 않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국뽕 콘텐츠에서 재현되는 외국인의 모습은 7년 전 연구에서 도출한 백인의 정형화된 이미지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 문화에 격렬하게 공감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과장되어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도 있다. 이것이 백인이 텔레비전에서 타자화되는 방식이다.
─ 안진, 「왜 TV에는 백인만 나올까?」
외모 | 김원영·김애라·박세진·임소연·안진·이민·정희원·박정호·김현주·일움 지음 | 민음사 | 212쪽 | 1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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