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감] "버르장머리 없어"..파행·고성 얼룩진 국감 첫 날(종합)
"버르장머리 없다" 고성 오가기도
교육위선 '김건희 논문 의혹' 증인 채택 두고 與野 신경전
'종이 없는 국감' 하려다 의원들 항의 받은 과기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나주석 기자, 이현주 기자, 오주연 기자, 박준이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4일 막을 올렸지만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감사 논란으로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곳곳에서 지연·파행됐다. 법제사법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 등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윤 대통령 순방 논란, 전·현 정부의 대북 정책 등을 두고 여야는 격렬히 대치할 전망이다.
◆파행 이어 여야 신경전 벌어진 법사위 국감
4일 오전 법사위 국감은 1시간 가까이 늦게 열렸다. ‘정치탄압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야당 의원들의 피켓에 여당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데, 대법원 국정감사와 관련해서 정치탄압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법원 국정감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저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법사위 국감 대상은 감사원이 아니지만, 야당 의원들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감사원 감사에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당초 법사위 국감에서 여야의 격돌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특검, 이 대표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등이 ‘뜨거운 감자’다.여야 의원들이 회의장 책상에 놓은 피켓을 치운 후 비로소 열린 법사위 국감에선 '김건희 특별법'과 '감사원 서면조사 통보' 등을 놓고 여야가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에 계류된 사안들 중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계류되고 있다"고 공격에 나섰고, 권칠승 의원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은 정부의 지원 기관임을 공개적으로 자임했다"며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서면 조사를 거부한 문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원은 1993년에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서면 조사를 실시했다"고 맞섰다. 오전 국감이 정회되고 오후 2시부터 다시 열린 국감에서도 공방은 지속됐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서면 조사 요청에 대해 '무례하다'라고 불같이 화를 내는 전직 대통령이 있다. '무례하다'고 하기보다 성실하게 요청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그렇게 권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외통위, "박진 퇴장" 요구하며 여야 맞서
또 다른 격전지인 외통위 국감 역시 박 장관의 출석 문제로 정회됐다. 야당은 이번 순방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는 한편, 지난주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박 장관에 대한 퇴장을 요구했고 결국 이로 인해 국감 자체가 파행된 것이다.외통위 야당 간사를 맡은 이재정 의원은 "민주당은 국민의 의사를 받아들여 국회에서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면서 "국회의 권위, 의회주의를 존중하고 헌법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박 장관에 대해 회의장 퇴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외통위 여당 간사를 맡은 김석기 의원은 "박 장관이 우리의 외교 수장으로 외교정책과 이번 외교 순방에 대한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할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된다"고 맞섰다.
외통위 국감은 오후 2시를 넘겨 재개됐지만, 비속어 논란 영상 재생 문제를 놓고서도 여야간 대립이 벌어지면서 회의 속개 약 40분 만에 다시 정회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 전 국회 본관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외교참사 규탄대회’를 열고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야당은 감사원장 사퇴를 촉구할 방침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피켓 시위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 촉구를) 하는 게 마땅하다"며 "감사원이 헌법상의 독립기구로서의 자기 책임이나 위상을 저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버르장머리 없이" 고성 오간 행안위…김건희 논문 증인 두고 공방 오간 교육위
국회 행안위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거짓말 정부'라고 표현한 이해식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놓고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이해식 의원은 이날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장관에게 "윤석열 정부가 거짓말로 너무 일관한다"며 대통령실 이전 비용 논란, 비속어 논란 등을 언급했다. 이에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 내지는 많은 논란이 있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말하며 '거짓말 정부'로 몰아붙이는 말씀은 위원장이 엄격한 주의를 시키셔야 한다"며 반발했다.그러자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의원의 발언을 갖고 이래라저래라하면 안 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이 의원은 "발언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안 들으려면 왜 본인 얘기만 하냐"면서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지금"이라고 말하며 책상을 내리쳤고, 이 의원은 "누구한테 지금 버르장머리라 그러느냐"라고 소리를 질렀다.
교육위에서는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다수의 힘을 이용하여 국감 증인을 '날치기'한 것은 폭력적 행위"라며 여야 합의 없는 증인 채택을 비판했고, 이에 야당 의원들은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 증인들은 몽골, 미국으로 다 도망가버렸다" 주요 증인들이 해외 출국을 이유로 불출석한 것을 비판했다.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 선정 과정 등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전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제5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겨냥해 "2011년 태국이 이와 유사한 정책을 추진했다가 쌀 공급이 과잉되고 또 재정 파탄이 나서 경제가 거덜 난 적이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비판했고, 여당은 야당과 무소속 의원만이 참석해 안건조정위원장을 뽑은 것을 두고 "단독으로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종이 없는 국감'을 하려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도가 의원들의 항의에 부딪히기도 했다. 과기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업무 현황 보고자료를 인쇄해 의원들에게 현장 배부하지 않고 의원들이 사용하는 노트북에만 저장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종호 장관 인사말은 인쇄해서 나눠 주고, 정작 중요한 업무보고는 디지털로 보라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회의는 한 차례 정회 후 인쇄물을 배포해 진행됐다.
이날 국정감사는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12곳의 상임위원회에서 열렸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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