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뜨거운 금투협회장 선거, 왜?..키를 쥔 나재철 '침묵' 속 서명석·전병조 '도전장'

명순영 2022. 10. 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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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로 예정된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벌써부터 뜨겁다.

유력 후보였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 불참을 선언하며 차기 후보들의 경쟁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상임고문·61),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58)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준비 중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62) 역시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혀왔던 유상호 부회장은 지난 선거에 이어 올해도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 부회장은 2019년 치러진 제5대 금투협회장 선거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불출마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한국투자증권의 더 큰 도약을 위해 계속 힘을 보태달라는 회사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유 부회장은 비록 협회장 선거에는 나서지 않지만 앞으로도 자본 시장 발전을 위해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의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두 명이다. 통상 금투협회장 선거에 후보 3~4명이 나왔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선거에서도 삼파전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서명석 전 대표는 출마를 공언하고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후보다. 그는 증권업계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1986년 유안타증권 전신인 동양증권 1기로 입사한 뒤 37년간 한 회사에서만 쭉 경력을 이어갔다.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투자전략팀장을 거쳐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이후 동양증권 경영기획부문장, 부사장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유안타증권으로 이름이 바뀐 후로도 2020년까지 7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서 전 대표는 유안타증권의 지배구조 안정화와 경영 정상화 작업을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다. 2013년 서 전 대표가 부사장이던 시절 ‘동양 사태’가 터졌다. 투자자들은 하루에 1조원씩 돈을 빼갔다. 이때 서 전 대표는 새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대만까지 날아갔다. 그때 동양 사태 관련 출국금지가 걸려 있었는데 담당 검사에게 사정해 1박 2일 일정으로 대만 투자자를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서 전 대표는 금투협 내부 사정에도 밝다. 황영기 금투협회장 당시 자율규제위원으로 2년간 활동했다. 권용원 금투협회장 시절에는 이사회 멤버로서 회원이사와 자율규제 자문위원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서강대와 고려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기도 하다.

서 전 대표는 “2020년 대표 연임을 포기하고 업계 전체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출마하려 했지만 유안타 대주주가 만류해 무산됐다”며 “이번에는 꼭 도전해 할 말을 하는 금투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명석·전병조 일찌감치 출사표

▷37년 증권맨 vs 민관 경험 풍부

전병조 전 대표도 출사표를 냈다.

전병조 전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22살 나이에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를 거쳐 기획재정부 본부국장을 지냈다. 2008년 민간으로 넘어와 NH투자증권에서 투자은행(IB) 전무를 역임했다. 이후 KDB대우증권 IB 부문 전무, KB투자증권(현 KB증권) 부사장을 거쳐 2015년 K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17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 법인인 ‘KB증권’이 출범할 당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돼 회사를 이끌었다.

최대 장점은 관(官)과 민(民)을 균형감 있게 거쳤다는 점이다. 관 출신으로서 다방면으로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친화력 있는 스타일이다. 당국과 업계를 잘 조율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또한 2008년부터 10년 가까이 민간 증권사 임원으로 일하며 “업계가 원하는 것을 잘 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당국과 업계 사이 마찰이 있을 때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얘기하며 당국-업계-국민 간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게 금투협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019년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개인적인 일로 출마하지 않았었다.

그는 ‘투자자 보호’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금융업이 규제 산업이다 보니 당국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측면이 강하다. 반면 업계는 지나친 투자자 보호에 대해 볼멘소리를 낸다. 전 전 대표는 균형감 있는 목소리로 업계를 대변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업계 목소리가 덜 반영되는 점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통상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입김이 크다 보니 전통적으로 협회장도 증권사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본인 역시 증권사 출신인 만큼 협회장에 당선될 시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접점을 늘려 균형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나재철 협회장 연임 여부 촉각

▷‘디폴트 옵션 도입’ 치적이 부각될 수

아직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나재철 현 금투협회장도 강력한 잠재 후보다. 대신증권 사장을 역임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2020년 1월 취임했다. 임기는 3년으로 올해 말 마무리된다. 금투협회장 중 연임한 사례는 없었으나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나 회장이 증권가에서 신망이 두터운 데다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10월 시행하는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사전 지정 운용제도)’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기본 설정값(Default)에 따라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제도로 업계의 숙원 과제였다.

한때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해 올해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호실적을 이끈 데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금융산업위원회 위원장으로도 선출됐기 때문이다.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올해 말 치러진다. 아직 구체적인 회장 선거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출마자들은 늦어도 오는 11월까지 공식적인 출사표와 함께 공약을 내놔야 한다. 이르면 10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를 추천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쇼트 리스트(Short List·압축 후보군)로 추려진다. 후보가 되면 약 한 달 반가량 선거운동을 펼친다. 이후 정회원사에 해당하는 전체 의결권 보유자 과반이 투표에 참석해 총회를 연다. 그중 과반 득표를 얻으면 금투협회장에 당선될 수 있다.

정회원사는 ▲증권사 57곳 ▲자산운용사 299곳 ▲신탁사 14곳 ▲선물사 4곳 등 376곳이다. 전체 임직원 수는 ▲증권사 3만8817명 ▲자산운용사 1만2055명 ▲신탁사 2917명 ▲선물사 371명 등 5만4160명이다.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에는 1위와 2위가 재대결을 펼친다. 같은 업계에서 나온 유력 후보끼리 표가 갈려 예상 밖의 사람이 당선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투협 측은 “아직 후임 회장을 뽑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이라며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다음 달 중 공고를 낸 뒤 12월에 선거를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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