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초입, 꽃무릇 보려고 여기까지 갔네요
[염정금 기자]
▲ 선운사 꽃무릇 |
ⓒ 염정금 |
군산 문해 참관 여행, 지송회 모임, 2박 3일 캠핑까지 연달아 잡혀 난감했다. 하지만 모두 제치고 먼저 예약한 캠핑을 선택했다.
지난 9월 23일 오전 9시 고창 선운사로 향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의 꽃, 꽃무릇의 오열을 놓칠 수 없어서이다.
▲ 선운사 입구를 꽃무릇이 별리의 붉은 오열로 채색하고 있다. |
ⓒ 염정금 |
선운사 산책로 벤치에 앉아 함께 합류할 고모를 기다렸다. 피크를 지나 시들어가거나 관광객들에 밟혀 누운 꽃무릇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햇살 밝은 곳에는 별리의 서러움 토하는 꽃무릇의 오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일까. 가을 햇살 내린 선운사 진입로는 붉디붉은 꽃무릇으로 덧칠되어 오는 이의 시선과 발목을 잡았다.
2시 조금 지나서야 도착한 고모와 선운사로 향했다. 꽃무릇 별리의 붉음에 가슴 저미며 가는 길, 간간이 떨어져 짓뭉개진 은행의 구린내가 감흥을 흐트려 놓기도 했지만 늘 찾는 선운사의 숲길은 애잔함 속의 편안함이 함께 하여 좋았다.
선운사에 도착하니 대웅전 보수공사 중 그 앞에 우뚝 세워진 목조 건축물에 시선이 갔다. '저게 무엇일까? 보수하는 대웅전 일부를 제작해 옮겨가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며 가까이 가보니 전북대학교 고창캠퍼스 한국건축기술인 양성사업단이 직접 제작한 대웅전 5번 기둥이었다. 못 하나 박지 않고도 나무와 나무가 서로 어긋나게 물리는 걸 보여준다.
▲ 야영장 앞 고사포 해변 |
ⓒ 염정금 |
저녁은 가까운 수산물 회센터에서 광어회와 마트에서 누름육을 사와 간단하게 먹었다. 캠핑의 진수 모닥불로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텐트가 아닌 개조한 캠핑카 안은 텐트와 달리 초가을이어서인지 전기장판은 켜지 않고도 훈훈했다.
▲ 고목 단풍의 숨고르기가 애잔하다 |
ⓒ 염정금 |
그런데 아직 가을색이 들어서지 않은 단풍나무 길에서 만난 고목의 애잔함이 자꾸만 발길을 붙들었다. 아래 부분은 속이 텅 비어버렸는데도 위는 녹음이 우거진 것을 보며 우리도 저 나무처럼 인생 길의 숨고르기는 몇 번이었을까, 하는 회한에 잠기었다.
▲ 내소사 천년송 할머니 느티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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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고르기 나무 사이 뭇사람의 기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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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 위 염원하는 돌탑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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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한 칼국수 라면을 먹고 해남으로 향했다. 가는 길, 고즈넉함보다 꽃무릇의 별리와 목조 건물의 우수성, 숨고르기로 사는 고목의 힘겨움과 뭇사람들의 애틋한 염원 가득한 사찰 여행에서 엿본 것들을 되새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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