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러 영토 인정" 머스크 평화중재안 논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러시아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우크라이나 평화중재안’을 제시해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미국 뉴스채널 CNN과 경제채널 CNBC는 3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중재안을 제안하며 의견을 묻는다”며 올린 글을 보도했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잔류 의사를 유엔 감독하에 묻는 재선거,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및 수자원 공급 보장, 우크라이나 중립화를 제시하며 트위터 투표 기능의 설문을 시작했다. 크림반도의 항목에서 ‘러시아 영토 인정’과 ‘수자원 공급 보장’을 나눠 4가지 항목의 문항을 올렸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지역에서 병합을 발표하고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점령지 4곳 수장들과 영토병합 조약식을 열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세계는 이를 불법 병합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크림반도에 대해서 “1783년 이후 (니키타) 흐루쇼프의 실수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의 영토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머스크는 “결국 이렇게(평화중재안대로) 될 것이다. 그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느냐의 문제”라며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평화중재안’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4일 낮 12시(한국시간) 현재 머스크 트위터 계정에서 진행되는 평화중재안 투표에서 반대 의견은 61.3%를 나타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머스크를 태그하고 “당신은 어떤 머스크를 더 좋아하는가”라는 투표를 올리며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답변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머스크’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머스크’ 두 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약 40만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 전체 90%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머스크’를 택했다.
안드리 멜니크 주독일 우크라이나대사는 머스크에게 “꺼져라”고 거센 표현으로 항의한 뒤 “당신에 대한 나의 매우 외교적인 답변”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그러면서 “이제 어떤 우크라이나 사람도 당신의 테슬라 쓰레기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우크라이나 인근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도 비판 여론에 합류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해왔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친애하는 머스크씨에게. 누군가 테슬라의 바퀴를 훔치려 한다고 해서 자동차나 바퀴의 합법적 소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포스트는 머스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인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와 넬슨 만델라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며 “스타링크 지원에는 감사하지만 알고 있는 것에 대해 투표해 달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곧 두 번째 투표를 시작했다. 그는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해당 지역이 러시아의 일부인지, 우크라이나의 일부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찬반 투표를 열었다.
또 자신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대해서 “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려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쟁에서 희생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러시아는 현재 군 부분 동원령을 내렸지만 크림반도가 위험에 처하면 전면 동원할 것”이라며 “양측의 죽음은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인구는 우크라이나의 3배 이상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걱정한다면 평화를 모색하라”고 강조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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