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감세안 일부 철회에 시장 반색.."상징적 조치" 불안 여전

뉴욕=조슬기나 2022. 10. 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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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앞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감세안을 일부 철회하면서 3일(현지시간) 시장은 즉각 반색했다.

다만 영국발(發) 시장 불안이 모두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우려도 잇따른다.

이러한 영국발 금융시장 불안은 전 세계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키워 경기침체 압력까지 가중시킬 수 있다.

경제매체 CNBC는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이 나머지 감세안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시장 혼란을 진압하기에 이날 조치는 충분하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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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 연례 총회가 열린 버밍엄에서 대화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10.03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박병희 기자] 영국 정부가 앞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감세안을 일부 철회하면서 3일(현지시간) 시장은 즉각 반색했다. 주요국 국채금리가 나란히 하락하며 증시도 안도 랠리를 펼쳤다. 다만 영국발(發) 시장 불안이 모두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우려도 잇따른다. 철회 규모가 일부에 불과한 탓이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를 둘러싼 유동성 우려도 금융시장의 새 리스크로 떠올랐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64%로 전장 대비 19bp(1bp=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주 4%를 돌파했던 미 10년물 금리는 이날 영국 정부가 감세 정책 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소득세 최고세율 45% 철폐’ 계획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영국 등 주요국 금리와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영국 10년물 금리는 13bp 낮은 3.96%, 독일 10년물 금리는 19bp 떨어진 1.92%를 기록했다. 여기에 크레디스위스발 유동성 우려 역시 국채 매수 심리를 한층 부추겨 금리 하락세에 힘을 실었다.

치솟던 국채 금리가 안정되면서 주요국 증시는 반등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66% 올라 6월24일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59%, 2.27% 올랐다. 유럽 증시 또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추락했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소폭 올랐다.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지난달 26일 1.03달러까지 미끄러졌다가 이날 1.13달러 선을 회복했다.

다만 이러한 감세안 철회 효과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감세 규모는 450억파운드(약 72조원)인데, 여기서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가 차지하는 금액은 20억파운드(약 3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무라홀딩스는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를 철회한 것은 상징적 조치일 뿐"이라며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영국 정부가 향후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주지 않는 한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에 가해지는 하방 압력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영국발 금융시장 불안은 전 세계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키워 경기침체 압력까지 가중시킬 수 있다.

경제매체 CNBC는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이 나머지 감세안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시장 혼란을 진압하기에 이날 조치는 충분하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콰텡 장관은 이날 보수당 연례 총회에 참석해 "감세 정책이 난기류를 일으켰다"며 "더 이상의 방해 요소는 없으며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크레디스위스의 유동성 우려가 ‘제2 리먼 사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크레디스위스가 재정건전성과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투자자들과 대화하고 있다는 보도 이후 이 회사가 결국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크레디스위스의 1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가 하루 만에 4%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데 이어 이날 5년 만기 CDS 금리는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CDS 금리 상승은 해당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부도 위험이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으로 IB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영국 파운드화 급락 사태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크레디스위스 CDS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CNBC에 출연해 "리먼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티은행도 "크레디스위스를 둘러싼 우려가 과장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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