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오너와 전문경영인 불신 간극 메우고 싶다"

김소연 2022. 10. 4. 09: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검찰총장을 지낸 문무일 전 총장(61)이 법조계로 돌아왔다. 8월부터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2019년 7월 공직에서 떠난 후 고려대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석좌교수로서 ‘4차산업혁명 시대 컴퓨터 윤리학’이라는 독특한 과목을 강의한다 했을 때 다들 “법대가 아니고 컴퓨터학과?” 하며 놀라워했다. 이번에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데 일조한다는 모토로 ‘투명경영연구소’를 개인적으로 열어 또다시 세간으로부터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도스 컴퓨터 시절 군대 때 컴퓨터를 독학해 컴퓨터 시간 강사 아르바이트도 했다는 괴짜 젊은이, 문 대표변호사가 생각하는 투명 경영과 투명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1961년생/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학과 81학번/ 사법연수원 18기/ 2017년 검찰총장/ 2019년 11월 고려대 컴퓨터학과 석좌교수/ 2022년 8월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현)

Q 여러 로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중 세종으로 오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A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세종이 개방적이고 긍정적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Q 세종 대표변호사로 온 것도 화제였지만, ‘투명경영연구소’를 열었다는 소식이 아주 이슈였습니다.

A 2004년 회계분석 수사팀과 디지털 수사팀이 필요하다고 제언해 2005년 두 팀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양성했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와 회계분석 수사 전문가 1세대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만든 곳이 ‘투명경영연구소’입니다.

Q 디지털 포렌식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까.

A 2001년 9월 11일 9·11테러가 발발하고 난 후 미국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에 대대적으로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강하게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렇게 ‘디지털 수사팀’이 만들어졌지요. 당시 국내에는 디지털 포렌식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검찰 수사관 등 10여명이 각자 영어로 된 자료를 찾아 읽고 내용 정리한 후 그 내용을 토대로 난상토론을 벌이고는 했습니다. 보통 일과가 끝날 무렵에 토론을 시작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은 대부분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정도였어요. 그렇게 고생해서 정립한 디지털 포렌식 기법이 이후 한국에서 매우 유용한 수사 도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수사팀 직원들이 저와 함께 수사 노하우를 살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투명경영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다만 디지털 포렌식만으로는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 같아 회계분석 업무를 덧붙였습니다.

Q 디지털 포렌식 하면 얼핏 컴퓨터나 휴대폰의 지워진 정보를 되살려내는 것 정도로 이해되는데요, 이게 어떻게 투명 경영과 연결이 될까요.

A 그건 디지털 포렌식의 단면일 뿐입니다.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다룬다는 것은 단순히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의미 있는 디지털 파일과 문서를 제대로 추출해낸다는 뜻입니다. 이제 이걸 추출해내지 못하면 의사 소통이 안 되는 수준을 넘어 의견 조율과 분쟁 조정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Q 디지털 포렌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분쟁 조정이 안 된다는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A ‘e-discovery’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사가 B사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A사와 B사가 분쟁이 붙었는데 이메일이 핵심 증거 중 하나입니다. A사는 이메일을 보낸 증거를 자료로 제출했고, B사는 받지 못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채 그냥 “받지 못했다”고 얘기합니다. 이럴 경우 B사가 백전백패하는 게 핵심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앞으로 ‘e-discovery’가 도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한 5년마다 모든 자료를 삭제하고는 해요. 혹시 있을지 모를 압수수색 등에 대비한다면서요. 이렇게 자료가 없으면 분쟁이 벌어질 경우 ‘e-discovery’ 적용을 받으면서 바로 패소입니다. 향후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액이 엄청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Q 그럼 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오래 보존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A 맞습니다. 다만 자료를 오래 보존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문제입니다. 사실 ‘투명경영연구소’가 주장하는 자료의 보존은 완전 다른 차원에서입니다. 지금 기업들은 점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분위기입니다. 오너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이 전문경영인이 정말 투명하게 잘하고 있는지 확신을 못한다는 말입니다. 매년 회계감사를 제대로 받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할 수 있겠지만 회계감사에서 확인하는 것은 표기가 적정하게 제대로 적혀 있는가지 이 안에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수주와 납품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어느 기업과 유착이 돼 있지는 않는지, 내부자 거래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나 등등을 회계 자료만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오너는 이런 불신을 해소하고 싶어 하고,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본인이 잘하고 있는 것을 오너에게 확인시켜주고 싶은 니즈가 있습니다. ‘투명경영연구소’는 이처럼 오너와 전문경영인 사이 ‘불신의 간격’을 메울 ‘신뢰의 도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Q 많은 기업인이 불신을 해결할 신뢰의 도구에 대한 갈증이 있을 듯합니다.

A 공직에 있을 때는 부담스러워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공직을 그만두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니 다들 이에 대한 엄청난 갈증이 있더라고요. 오너와 전문경영인 사이에만 이런 니즈가 있는 게 아닙니다. 전문경영인은 전문경영인대로 임원과 직원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방으로 투명성을 확인시켜줘 더욱 투명한 기업, 더 나아가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게 투명경영연구소의 모토입니다. 그뿐인가요. 미국에서는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그만둘 때도 이런 스크리닝 서비스를 받습니다. 혹시 문제 있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고 문제 소지가 있다면 싹 다 해결해놓고 CEO를 그만둡니다. 혹여 문제가 있다면 다음 CEO가 와서 본인에게 배임 등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거든요.

Q 투명경영연구소가 취지는 좋지만 어쨌거나 공식적인 직함은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입니다.

A 세종에 올 때 투명경영연구소는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고 그곳에서 어떤 직책도 갖지 말고 월급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왔습니다. 다만, 투명경영연구소에서 컨설팅을 진행한 후 소송이 필요한 기업에는 세종이 법률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겠지요. 그런 식으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A 저는 소유자가 직접 책임 경영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믿습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Q 마지막으로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세종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죠.

A 세종은 전통적으로 송무, M&A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왔습니다. 향후 디지털 시대에 가장 대응을 잘하는 로펌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획입니다.

[대담 = 김소연 부장 / 사진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