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증거 없애기?..통화녹음 금지, 영국·프랑스 다르다 [Law談-강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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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녹음 금지법’ 발의…현 상황 어떻길래
최근 대화 참여자 전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보고, 그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상황은 어떠하길래 이러한 법안이 발의됐을까. 통화 녹음에 대해 가장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은 통신비밀보호법이다. 이 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공개된 대화에 대해서는 녹음하더라도 적어도 통신비밀보호법의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공개돼야 하는지, 사후적으로 공개된 경우의 처벌 필요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등의 미묘한 쟁점들이 있지만, 이는 법률 전문가들에게 맡겨두고 넘어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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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간의 녹음이 위법 여부, 나라별로 달라
당사자 사이의 대화를 일방이 몰래 녹음하는 것에 대해 위법하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그 상황이 다르다. 예컨대 영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당사자 간 통화녹음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약 10여개 주에서는 허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녹음한 파일을 소지만 한 경우에도, 즉 녹음한 파일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녹음 자체만으로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있고 증거자료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녹음의 의도를 명확하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 녹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당사자 간의 통화 녹음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인격권의 일종인 음성권의 측면에서 그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사례가 있다. 예컨대, 김건희 여사의 사적 통화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음성권 침해를 포함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인용된 사례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소위 ‘막말 음성 파일’에 대해서도 역시 사생활의 보호를 목적으로 보도금지 내지 유포금지 결정이 내려진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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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대중의 통념을 기반으로 해야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녹취가 너무 만연해 있고, 이로 인해 불신 사회의 풍조를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혹자는 한국이 전 세계적 기준으로도 사기 범죄율이 높은데 이것이 녹취에 대한 관대한 문화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녹취가 사회 문화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인 것이고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반론도 충분히 의미 있어 보인다.
최근 화상회의를 할 때 녹음 기능이 설정된 경우 사전에 회의 내용이 녹음된다는 안내가 뜨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콜센터에 전화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통화 내용이 녹음된다는 안내 멘트가 제공되고 있다. 자기가 말하는 내용과 음성이 상대방에 의해 녹화되고 녹음된다는 점을 충분히 알려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가져다준 사회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 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법이 아직 개입하고 있지 않다. 현재의 개정안은 당사자 간의 통화 녹음이 금지될 경우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를 미리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통화 녹음이라는 이슈에 대해서 정치인들의 ‘증거 없애기’ 차원이 아닌 신뢰 사회의 개인의 사생활을 진지하게 보호하기 위한 논의가 충실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Law談 칼럼 : 강태욱의 이(理)로운 디지털세상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복잡화해지고 고도화되는 법 규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가 바라보는 참신하고 다각적인 시선을 따라가 보시죠.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문변호사/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저작권보호원 심의조정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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