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에듀 서치] 교육부가 '만만한 존재'로 취급받게 된 이유

이도경 입력 2022. 10. 4.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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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피켓을 들고 ‘국립대학 사무국장 인사개편’에 항의하고 있다. 교육부는 같은달 26일 국립대에 교육부 직원들을 파견할 수 없도록 하는 인사개편안을 발표했다. 피켓 시위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주재한 직원 간담회장에서 진행됐다. 연합뉴스


얼마 전 교육부에 ‘학살 인사’가 있었습니다. 다소 표현이 험하지만 해당 인사를 바라보는 교육부 안팎의 참담함이 묻어 납니다. 지난달 26일 단행된 ‘국립대학 사무국장 인사 개편’ 얘기입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교육부 직원은 앞으로 국립대 사무국장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장관도 없는 상태인 교육부의 자발적인 조치는 당연히 아닙니다. 그 위로부터의 압박이 있었다고 봐야겠죠.

교육부가 받은 충격은 상당해 보입니다. 사무국장을 두는 국립대는 27곳입니다. 교육부 직원이 나가 있는 대학은 모두 16곳. 10명은 인사 개편 당일 쫓겨나듯 짐을 쌌습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남은 6명도 같은 처지가 됩니다. 나머지 11곳 중 6곳은 개방형 공모직, 5곳은 공석입니다. 이들 자리는 앞으로 해당 대학 총장이 뽑게 됩니다. 교육부 관료들 입장에선 최대 27명의 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사건입니다.

격앙된 반응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인사 발표 사흘 뒤 장상윤 차관이 직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일부 직원은 간담회장 앞에서 “직원은 살피지 않으면서 직원이 따르길 바라나요” 등의 피켓을 들었습니다. 교육부 직원들의 피켓 시위, 정말 드문 일입니다. 일부 직원은 간담회에서 눈물도 보였다고 합니다.

교육부 사람들은 인사 적체를 걱정합니다. 승진 길이 줄줄이 막히는 건 불가피해 보입니다. 젊은 공직자들은 전출을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유능한 인재일수록 고민은 클 겁니다. 타부처로 떠날 수 있는 시기가 지난 고참급은 의욕을 상실한 듯합니다. 무엇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한 직원은 “한창 코로나19가 기승일 때 현장에서 교사들만 고생한 것 아니다. 우리도 학생 안전을 위해 병이 나도 일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인사 개편의 취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식이 거칠었습니다. 인사 대상 다수는 개편 전날인 25일 통보를 받았습니다. 평소처럼 일하다 느닷없이 쫓겨난 겁니다. 관가에선 “교육부에 핵폭탄이 떨어졌다”는 평까지 나왔습니다.

국립대에 총장 직선제가 도입된 뒤 국립대는 그간 ‘교수 왕국’이 됐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습니다. 교수들은 총장 선출 시 압도적인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대략 교수 7, 직원 2, 학생 1의 구조입니다. ‘교수의, 교수에 의한, 교수를 위한’ 공간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무국장은 이질적이고 불편한 존재입니다. 교수들의 ‘철밥통’이 세질수록 대학 재정을 담당하는 사무국장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맡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사 개편이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지만 그 자유는 학문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립대에는 적절한 통제가 뒤 따라야 합니다. 총장의 권한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그가 앉히는 사무국장이 제대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요.

물론 교육부 파견 사무국장 중에는 친정을 믿고 호가호위하거나 업무 처리를 게을리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먼저였어야 합니다. 사무국장 제도에 대한 득실을 판단하는 절차도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대학 총장들의 의견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대학 총장 상당수는 ‘교육부 원천 배제’까지는 몰랐다고 합니다.

일각에서 ‘교피아’(교육부+마피아)와 연관 짓기도 합니다. 관료들의 패거리 행태는 주로 ‘세컨드 잡’(퇴임 후 직장)을 매개로 활성화됩니다. 퇴직 후 좋은 자리를 보장 받기 위해 현직에서 누군가의 편의를 봐주는 일입니다.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로 교육 관료를 파견하는 일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습니다.

교육부에선 이번 개편을 두고 ‘권력의 분풀이’로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새 정부 들어 교육 분야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김인철 후보자·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낙마 과정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면이 많이 깎였습니다. 내놓은 정책들은 여기저기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거나 좌초했죠. ‘만5세 취학’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때려도 반발 못하고 역풍이 불지 않는 만만한 부분부터 손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교육부는 스스로 ‘만만한 존재’가 된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교육부가 이런 취급을 받아도 국민들이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인사 개편 뒤 여론은 잠잠합니다. 만약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육부의 의욕 상실을 문제로 여긴다면 집권세력이 교육부를 대하는 태도는 지금과 달랐을 겁니다.

생각해봅시다. 교육부가 학생·학부모에게 감동을 준 일 있었나요. 가려운 곳도 제대로 긁어주지도 못했다고 봅니다. 대입과 사교육 정책이 하나의 예입니다. 일례로 문·이과 통합형 수능 이후 ‘문과 침공’으로 현장은 아우성인데 교육부는 “문·이과는 이제 없다”며 팔짱 끼었습니다. 수학 등급별 문·이과생 비율은 입시 전략을 짤 때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교육부는 정책 실패가 드러날까 두려운지 공개조차 않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 기관을 전전합니다. 사교육 대책은 ‘스카이캐슬’같은 드라마가 방영될 때나 교육부에게 중요했습니다.

국민 신뢰보다 ‘정권 코드’에 맞춰 ‘편한 길’을 걸어온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하면 너무 가혹한 진단일까요. 국가교육위원회라는 기구 탄생 자체를 교육부는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정권 코드보다 국민·학부모 코드에 맞추는 일은 ‘가시밭길’입니다. 하지만 권력이 교육부 직원들의 사기를 걱정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교육부의 환골탈태를 기대해봅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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